사이버스페이스가 세계적인 출판사들의 탈바꿈을 재촉하고 있다.

컴퓨터란게 탁상출판이란 시스템을 통해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바꿔
버리더니 이제는 통신기술과 연대해 출판계 전체 모습을 변화시키려 하고
있어 출판사들은 생존을 위한 변신을 강요받는 처지가 됐다.

출판환경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나 사이버스페이스를
통한 온라인 출판은 출판사들이 현실에 안주하려는 업체들의 도태를 가속화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수년전부터는 멀티미디어 컴퓨터등에서 쓰이는 정보저장매체인 컴팩트
디스크(CD)가 상품카탈로그 인쇄분야는 물론 책시장마저 야금 야금 빼앗아
가며 출판사들을 구석진 곳으로 몰아가는 양상이다.

브리태니카 백과사전을 2백26년동안이나 발간해온 브리태니카사가 벼량
끝에 몰려 회사를 위기에서 구해줄 새 주인을 기다려야만 하게 된 것도
컴퓨터 출판시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탓인데 이와 비슷한 예를 찾는게
그리 어렵지 않다.

온라인 출판의 예상형태는 사이버스페이스 인터넷등에 출판회사가 컴퓨터를
접속시켜 놓은 뒤 이를 통해 주문을 받고 원할 경우에는 책내용을 고객의
컴퓨터로 보내 프린터로 뽑아볼 수 있게 하거나 출판사가 전자 "서가"에
보관된 책을 "뽑아내" 장정한 뒤 배달해 주는등 다양하다.

이 시스템은 따라서 급히 구하는 책을 시중에서 구할 수 없을 때 출판사에
연락해 즉각 책을 받아볼 수 있는등 유리한 점이 많다.

또 출판사측은 사이버스페이스 인터넷등을 통해 독자층을 전세계로 넓힐 수
있으며 인쇄및 종이값을 줄일 수 있다.

또 거대한 서고등을 없앨 수 있어 보관비용의 절약이 가능하며 책을 유통
시키는데 드는 비용등의 삭감도 할 수 있다.

이같은 온라인 출판은 먼 훗날의 이야기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5년정도 뒤면 출판업계에서 상당히 유행하는 출판관행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과학이나 의약등 학술적인 성격이 강한 서적을 발행하는 출판사들은
온라인 출판에 유달리 관심을 보이며 도입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는 중이다.

이는 학술서적 수요층의 대다수가 사계의 전문가들이며 구매도 수년에
걸쳐 간헐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전통적인 출판방법은 비용이 많이 먹히게
마련인 탓이었다.

또 학술서적은 최소한 3백-5백권의 수요는 있어야 출판비용을 건질 수 있어
수요가 이를 밑도는 것으로 판단되면 출판을 포기해야 하는 형편인데 전자
출판 기법을 도입하면 이런 시장도 확보, 추가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 캠브리지대 출판부는 온라인 출판시대의 새 지평을 여는 실험적
인 출판을 시도, 성공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캠브리지는 지난해 10월 열렸던 천체 방사능관련 회의자료의 온라인 출간을
계획, 이 내용을 인터넷 월드와이드웨브(WWW)에 공개했다.

얼마되지 않아 전 세계에서 1만명에 달하는 천문학자들이 컬러화보가
곁들인 그 자료를 받아볼 수 있느냐는 문의를 해왔다.

당초 회의참석자가 2백명에 불과했던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양상이다.

이같은 성공에 자극받아 영국 옥스포드대 출판부에서도 유사한 온라인
출판을 검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캠브리지대에는 세계 각국의 학자, 도서관등에서 온라인
출판과 연관된 문의가 잇달아 이에 대한 관심도를 반영하고 있다.

사이버스페이스는 책방경영에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일례로 캐나다 노바 스코시아주 핼리팩스시에 있는 조그만 책방인 로스웰
컴퓨터 북스토어사는 지난해 인터넷에 자사의 컴퓨터를 물려 영업한 뒤
해외에서의 주문이 크게 늘어 매출이 전년보다 75%가량 늘어났다.

온라인 출판의 한계는 있다.

디지털 출판시대가 열린다 해도 장서수집가들의 서가까지 디지털 출판물이
장악하기는 힘드는등 전통적인 출판물시장 가운데서도 불가침의 영역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이버스페이스를 매개로 한 디지털 출판분야는 출판사들로 하여금
사업전략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게 만들고 있다.

(김현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