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들 만큼 소형차를 애용하는 사람들도 없을 것이다.

어느나라 어디를 가더라도 우리나라의 티코나 프라이드 크기만한 소형차들
뿐이다.

이보다 더 작은 장난감 같은 차들도 많이 눈에 띈다.

프랑스는 보유차량의 50%이상이 배기량 1,300cc이하의 소형차라는 통계도
있다.

미테랑 대통령의 전용차가 우리나라의 에스페로 크기만한 "르노사프라니아"
라는 것만 봐도 이들이 얼마나 실용적이며 검소한가를 알수 있다.

김영삼대통령이 지난번 프랑스를 방문했을때 국영 시트로엥에서 만든 이
차가 귀빈용으로 제공됐다.

무조건 대형차만을 선호하는 우리와는 대조적이다.

이같은 유럽시장에서 우리나라 소형차의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얼마전 구라파 출장때 겪었던 일이다.

만나는 현지딜러나 주재원들마다 차가 없어 못판다고 엄살들이다.

말하기를 워낙 좋아하고 제스처가 풍부한 사람들이라 속된 말로 어느정도
"뻥"이 들어 있으려니 하고 접어 생각했지만 거리를 한바퀴 돌고난 후 이들
의 말에 조금도 보탬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마주치는 사람마다"코리아 카 넘버 원"이라며 한쪽 눈을 찡긋하며 엄지
손가락을 세워보인다.

자동차의 본고장이라고 할수있는 독일이나 자존심 세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영국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루마니아에서의 우리자동차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동구권 국가들이 대개 그렇지만 루마니아 국민들의 1인당 평균임금은
2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도 8,000달러나 하는 우리 자동차를 사기위해 줄을 서있다는 것이다.

이곳에는 대우자동차가 "넥시아"라는 이름으로 씨에로를 수출하고 있다.

대우자동차는 시트로엥과 합작으로 건설한 부쿠레슈티 근교에 있는 자동차
공장을 최근 인수하면서 씨에로 2만대를 면세로 들여와 판매할 수 있도록
루마니아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하루 400~500대가 팔리고 있다고 현지판매원은 귀띔한다.

통관되기 무섭게 판매된다는 얘기다.

루마니아에는 티코 크기의 다치아라는 차가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이차는 70년대 중반 우리나라에서 잠깐 모습을 보였던 퍼블릭카와 비슷
하다.

지금은 대우가 인수한 공장에서 소량 생산되고 있지만 곧 단종될 운명
이란다.

멀지않아 이 공장에서 쏟아져 나올 넥시아가 루마니아 거리를 누비게될
날을 기대해 본다.

아무튼 이같은 우리나라 소형차의 인기에 편승, 국내 자동차 3사는 지난해
유럽에 승용차 14만2,000대를 수출한데 이어 올해는 87%나 늘어난 26만
5,000대를 내다 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우리나라 소형차가 구라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있는 것은 무엇보다
성능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몇년전부터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유럽시장개척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온데다 지난해 이 지역에 본격진출한 대우자동차가 현지
신문과 TV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광고를 내보내면서 우리자동차에 대한
인지도를 크게 높여 놓은 것이 큰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독일의 권위있는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 비트지"는 최근호에서 "대우...
세계로 뛰고 있다"라는 4페이지의 특집기사를 통해 대우의 넥시아와
에스페로의 성능을 동종의 외국차들과 일일이 비교해가면서 그 우수성을
보도했다.

슈투트가르트 자이퉁,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인, 오토 메거진, 빌트자이퉁등
신문 잡지들도 우리자동차의 우수성을 알리는 특집기사를 다투어 싣고 있다.

더욱이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자동차가 "싸구려 차"라는 오명을 벗고
성능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유럽시장 판매가가 국내에서보다 높다는데서 더욱 설득력을 갖고
있다.

대우의 넥시아(4도어 GLX)가 영국에서 1만95파운드, 프랑스에서 7만
6,900프랑, 독일 2만4,600마르크에 팔리고 있다.

국내가격보다 500만~600만원이나 비싼 값이다.

기아자동차의 세피아도 영국과 프랑스에서 국내가격(풀옵션 999만원)보다
400만~500만원이나 비싼 1,300만~1,400만원대에 판매된다.

현대자동차의 엑센트는 독일에서 2만7,240마르크(1,500만원)로 국내
시판가 940만원보다 560만원이나 높다.

우리는 지난해 23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 양적으로 세계 6대 자동차
생산국으로 성장했다.

2000년에는 세계 5대 생산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수출도 74만대로 사상처음 70만대선을 넘어섰다.

올해는 90만대는 무난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20여년의 짧은 역사밖에 갖지 못한 한국의 자동차공업이 세계 5,6위를
다투게 되었다는 것은 우리의 큰 자랑거리가 아닐수 없다.

업계 종사자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