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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노사관계가 변화하고 있다.

노조를 협력파트너로 생각하는 인식의 전환과 함께 80년대들어 시작된
경영혁신운동과 팀시스템은 대립적 노사관계를협력적 관계로 바꿔놓고 있다.

미국내 협력적 노사관계의 확산은 미국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주요요인
으로 평가되고 있다.

본사는 노사협력캠페인의 일환으로 미국의 선진노사관계를 특별 취재,
5회에 걸쳐 싣는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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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일훈기자 현지 특별취재 ]]]

미국 동부 로체스터에 위치한 제록스사의 웹스터공장.

2만7천평규모의 이 공장은 미국내 4개공장가운데 최대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이공장에는 컨베이어시설이 없다.

지난 91년 "팀제록스"의 슬로건아래 현장자율관리팀제가 도입되면서 공장
자동화와 대량생산의 상징인 컨베이어를 모두 뜯어버렸기 때문이다.

컨베이어대신 바퀴가 달린 수십대의 소형운반기가 공장내부를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다.

웹스터공장의 팀제는 사용자와 근로자가 함께 팀구성원으로 참여, 조립과
하자개선등 수십가지 작업공정을 책임지는 시스템이다.

이공장에서 30년째 근무하고 있는 찰스 영 품질관리반장은 "고도로 훈련된
팀웍과 개인의 자율.창의성이 컨베이어를 대체하고 있다"며 "제품개발비와
불량률이 30%가량 줄어든 대신 품질과 생산성은 높아졌다"고 강조한다.

미국 서부 자동차생산업체인 누미사의 프레몬트공장.

"안전 품질 그리고 팀웍은 성장의 주춧돌"이라는 글귀가 공장외벽과 입구를
비롯 건물 곳곳에 붙어있다.

제록스사처럼 잘 정비된 팀시스템에 일본식 가족적 노사관계가 접목돼있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80년대 미국경제가 침체일로를 걷고 기업의 대외경쟁력이 현저히
약화됐을 때 단 한사람의 해고도 없었을 정도로 모범적인 노사관계를 유지
하고 있다.

평소 노사관계가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노조위원장 찰스 커리는 "No
Problem"이라고 잘라말한다.

그는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팀제를 통한 노사협력시스템에 만족하고 있다.
근로자들은 현장에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얘기할수 있으며 그들의
창의성은 존중된다"고 덧붙인다.

대부분의 미국 우량기업들은 팀의 구성방식이나 운영형태는 다소 차이는
있지만 팀제를 도입하고 있다.

팀시스템은 80년대초 미국기업의 대외경쟁력을 높이고 생산조직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도입되기 시작했다.

의류섬유연합노조(ACTWU)의 제니 라이츠씨(여.46)는 "팀시스템은 불경기의
여파에 따른 공장의 해외이전등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리던 근로자들을 안심
시키고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사용자측의 고육지책"이었다고 도입
배경을 설명한다.

당시 사용자측을 불신하던 근로자들은 변화에 대한 의심과 두려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용자주도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특히 그러했다.

그러나 팀시스템은 10여년 사이에 종전 관리위주의 현장조직을 급속히
해체시켜 버렸다.

팀제의 장점이 드러나면서 근로자측의 적극적인 호응과 참여를 얻었기
때문이다.

팀제의 장점으로는 <>원활한 의사소통 <>근로자의 참여확대 <>효율적인
생산관리 <>인간적인 교류등이 꼽히고 있다.

과거 관리직에서 직.반장, 현장근로자로 수직으로 연결되던 생산체계는
현장의 수많은 팀들로 구성된 수평적인 구조로 바뀌었다.

현장의 사소한 문제의 해결에서부터 주요 경영전략수립까지 근로자와
사용자가 함께 참여함으로써 생산성향상은 물론 "노사는 하나"라는 의식이
자라났다.

미국 코넬대학내 작업체계개선연구 전문기관인 퓨즈(PEWS)에서 4년째
기업상담역을 맡고있는 샐리 클링겔씨는 "80년대에는 팀시스템에 근로자의
참여여부가 중시되는 분위기였으나 지금은 팀제의 효율성이 강조되고 있다"
고 말한다.

팀시스템 자체보다는 어떤 팀제가 노사협력과 생산성향상에 더 효과가
있느냐는 실증적인 문제가 부각된다는 지적이다.

팀제는 노조가 있든 없든 효용이 인정되고 있다.

노조가 있는 코닝 새턴 내셔널 스틸 제록스 AT&T 프락터&갬블 코게&팔마사
뿐만 아리나 노조가 없는 TRW 모토롤라 휴렛팩커드사등도 팀제도입을 통해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했다.

그러나 팀제를 도입한 모든 기업들이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던 것은
아니다.

보스톤 폴라로이드,이스턴 에어라인사의 경우 사용자측이 팀웍형성에
지나치게 관여함으로써 근로자들이 반발, 협력마인드가 무너졌다.

코닝사는 지난해초 휴턴사장이 노조측에 통보조차않은채 조합원을 해고,
근로자들의 불신을 사기도 했다.

워싱턴소재 미연방알선중재청(FMCS)의 존 웰즈청장은 "노사협력은 공통
관심사항을 찾아 상호이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팀시스템은 협력마인드를
확산시키는데 적합한 구조였을 뿐이다"고 말한다.

팀제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구조보다 협력마인드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제임스 링컨 버클리대 교수도 "특정기업의 팀제가 좋다고해서 다른 기업에
곧바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이다. 기업 고유의 특성을 충분히 감안, 협력
마인드를 이끌어낼수 있는 구조를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팀제는 현재 국내 일부기업에서 사무직종을 중심으로 시도되고 있다.

전세계로 번져나가고 있는 팀제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상륙할 날도 머지
않은 느낌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미국식 팀제가 한국에도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적"팀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작업현장의 정서와 근로환경,
작업체계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검토가 선행돼야한다"는 프랭크 웨이노
PEWS책임주임의 조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