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인은 공번접 체위의 자극이 심한지,악 악,비명을 짧게 토해내며
몸을 움직거리다가 그만 보옥과의 결합이 풀어지고 말았다.

보옥은 공번접으로는 다시 결합하려고 하지 않고 습인을 일으켜세워
마주 서게 하고는 그런 자세 그대로 교합을 하려고 시도하였다.

소위 임단죽(임단죽),즉 담 옆에 서 있는 대나무 체위인 셈이었다.

그런데 보옥은 들어갈 문을 잘 찾지 못하고 잠시 허둥거렸다.

보옥이 허리를 뒤로 한껏 젖히고서야 비로소 교합이 가능하게 되었다.

습인은 그 자극 역시 좋은지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뒷걸음질을 조금씩
쳐 평상의 언저리에 엉덩이를 대었다.

보옥은 허리를 바로 세우며 결합이 또 풀어질 것 같아 허리를 계속
젖히고 있으려니 요추가 아파올 지경이었다.

결국 보옥은 허리를 바로 세우고 말았다.

결합이 풀리자 습인이 한숨을 푸우 내쉬며 평상에 아예 주저 앉다시피
하고는 원망스런 눈길로 보옥을 올려다 보았다.

보옥은 경환 선녀에게서 배운 체위들을 습인을 상대로 몇가지 더
실습해보고 싶었으나 습인의 그 눈길을 대하자 그녀를 빨리 만족시켜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백호등체위를 한번 실습해보고는 야마약체위로 습인을 만족시켜주고
보옥 자신도 파정에 이르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자, 이번에는 평상으로 올라와 여기에 두 손을 짚고 엎드려 봐"

보옥이 습인에게 자세를 지시하고는 그녀 뒤로 가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안으면서 교합을 시도하였다.

임단죽처럼 좀 어렵지 않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쉽게 교합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비로소 알맞은 자세를 찾은 것처럼 느낌도 그 어느 체위보다
편안하였다.

보옥은 그제서야 왜 동물들이 주로 이런 자세로 교미를 하는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이렇게 편안한 체위를 두고 백호등, 즉 날뛰는 흰 호랑이 체위라고
하다니. 하긴 뒤쪽에서 남자가 무릎을 구부렸다 폈다 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물러났다 하는 모습이 호랑이가 풀쩍 풀쩍 뛰는 모양을
닮고 있기는 하였다.

보옥이 그런 호랑이 흉내를 좀 내보자 습인은 몸 전체를 뒤틀며 아예
팔꿈치로 평상을 기다시피 하면서 입에 거품을 물었다.

이러다가는 보옥이 야마약 체위를 실습해보지도 못하고 백호등에서
파정을 하고 말 것만 같았다.

아무렴 어떠랴. 다음 번에 얼마든지 실습을 해볼 수도 있는데. 이런
편안한 자세와 느낌 속에서 그냥 일을 끝내버리지 뭐. 보옥은 흰
호랑이가 되어 몇번을 풀쩍 풀쩍 뛰었는지 몰랐다.

호랑이에게 물려 찢기는 어느 동물의 비명과도 같이 습인이 소리를
질러대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