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시는 "디지털시티"라는 프로젝트를
발족시켰다.

시에 깔려 있는 기존의 전화통신망에다 컴퓨터를 결합시켜 시민들이
개인용컴퓨터(PC)를 통해 다녀볼 수 있는 전자도시를 건설한 것이다.

이 전자도시에서 암스테르담 시민들은 PC라는 자동차를 타고 전자우체국에
들러 친지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온라인 카페에서 잠시
쉬면서 그 곳에 있는 사람들과 한가로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또 특별한 목적없이 전자도시의 길거리를 배회하거나 전자여행사무소에
들러 관광안내문을 뒤적거릴 수 있도록 전자도시에서는 서비스했다.

디지털 암스테르담시는 사이버스페이스시대에 대비해 시민들이 컴퓨터통신
에 친숙해지고 필요한 정보를 확보하는 방법을 익힐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당국의 3개월짜리 프로젝트로 출발했다.

디지털 암스테르담은 그러나 시민들에게 대환영을 받았으며 프로젝트 예정
기간은 당초 예상보다 몇 배나 길어져 1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연장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디지털 암스테르담은 유럽 전역으로 여파를 미쳐 뉴캐슬,
슈튜트가르트,안트워프,소톡홀름등에서도 시민들이 사이버스페이스시대에
걸맞는 자질을 갖추는데 일조하는 조치를 강구하도록 만들었다.

디지털 암스테르담이 유럽디지털 시티의 원조격으로 자리잡은 셈이었다.

그러나 디지털 암스테르담은 사이버스페이스 인터넷에 자리잡은 것은
아니었으며 하나의 폐쇄된 사회였다.

폐쇄적인 성격이 강한 디지털 시티는 18개월전 영국에서도 선보이는등
유사한 예는 여럿 있었다.

사우스 브리스톨 지역에 건설된 경우는 도시의 이름이 사우스 브리스톨
러닝(Learning)네트워크였다.

이 도시는 디지털 암스테르담보다 폐쇄성이 더욱 강해 그 고장의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첨단 컴퓨터기술에 관한 정보교환을 목적으로 출범한 것이었다.

이 네트워크는 영국 ICL사의 눈에 띄었으며 이 회사로부터 도움을 받아
컴퓨터기술등을 주제로 한 워크샵등을 개최하는등 활용성이 입증됐다.

이후 ICL은 이 지역에서의 성공에 자극받아 이같은 서비스의 전국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들은 하지만 국경이 의미없는 사이버스페이스의 특성과 맞아떨어지는
전 지구적인 차원의 개방도시와는 다소 동떨어진 것이었다.

이런 점에서 사이버스페이스 인터넷상의 디지털 시티는 신대륙이나
마찬가지여서 도시 건설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주체가 미래 전자도시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사이버스페이스 인터넷에 건설된 디지털 시티는 소리보다는 문자적
인 요소가 지배하는 "조용한"사회로 특징지워진다.

이는 사이버스페이스에서의 데이터 전송한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디지털
시티의 건설 붐을 위해서도 극복해야할 약점이었다.

사이버스페이스 인터넷은 대화를 하는 당사자가 동시에 메시지를 내보내면
이를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전화교환기와 같은 2중구조적인 시스템이 아니고 인터넷에 물린 컴퓨터가
문자든 음성이든 메시지를 주소에 따라 분배하기 때문에 한 쪽에서 데이터를
전송중이면 한 쪽은 받아야만 하는 구조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단점도 극복될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지난 2월 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자그마한 소프트웨어 업체인 보칼테크사는
인터넷의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와 음성카드가 달린 486급 PC, 고속모뎀(전송
속도 1만4천4백bps), 마이크만 갖추면 같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상대방에게
국제전화를 주고 받는 것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컴퓨터통신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 소프트웨어는 상대방이 말을 할 경우, 이를 들어야 하는 측의 컴퓨터
화면에 스피커가 나타나 대화 당사자가 말을 한다는 사실을 알려줘 동시에
말을 하는 것을 피하는 식이다.

물론 이 소프트웨어에도 개선해야 할 점이 있지만 이같은 징후들이 본격적
인 디지털 도시의 기초를 다지는 건설현장의 소리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7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