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초기정착에 전송망구축이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송망구축사업은 케이블TV방송 한달째인 3월말 현재 목표의 60%수준을
약간 웃도는 선에서 머물러 있는 것으로 밝혀진 때문이다.

프로그램공급업자(PP)로부터 프로그램을 받아 가입자들에게 전해주는
지역방송사업자(SO)들은 이에따라 케이블TV 유료화시기가 또다시 늦춰지는
것이 아닌가하고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SO와 전송망구축사업자(NO)들은 최근 공보처주관의 한 회의에서 이를두고
"책임 떠넘기기식"의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전송망은 SO로부터 아파트등 공동주택이나 개인주택의 구내전송설비까지
이어진 핵심 네트워크로 한국통신과 한국전력등 2개사업자가 맡아 구축하고
있다.

한국통신은 기존 전화선이 묻힌 지중망을 통해 케이블TV전송망을 깔고
있으며 한국전력은 전력전송용 전주등을 이용, 공중으로 망을 구축중이다.

한국통신은 강남 강동 구로등 21개 SO와 계약, 총 70만9천단자(단자는
시청가능한 최소의 단위)를 목표로 했으나 3월말 현재 41만 2천단자를
개통시켜 61.4%의 개통률에 그치고 있다.

한국통신은 유료화시점 전인4월30일까지 55만3천단자가 개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유료화시기가 돼도 상당기간 일부에서는 시청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한국통신보다 더 많은 32개 SO와 전송망구축계약을 맺었으며 목표
단자수는 1백10만개에 이른다.

3월말 현재 구축이 완료된 것은 63만단자로 공정률은 67%.

한전도 유료화 직전인 4월30일까지 전체 설계목표에 미달하는 91만단자
정도를 개통시킬 것으로 자체 예상하고 있어 가입희망자의 전원수용에는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이처럼 전송망구축이 부진한 것은 정부가 케이블TV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한
것이 무엇보다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송망사업자들은 사업이 특정시점방송이라는 목표를 두고 앞뒤가리지 않고
추진되다 보니 전송망구축에서 자재부족 인력부족 시간부족등 "3중고"에
시달리게 됐다고 털어놓고 있다.

전송망사업자들은 전세계 CATV붐으로 인해 자재를 구하기가 힘들어 공사가
자주 중단될 수 밖에 없었고 이에따라 공사인력을 유지하는데 곤란을 겪는
사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물자의 품귀현상마저 생겨 형식승인품목의 값이 엄청나게 뛰는 부작용
이 초래되기도 했다.

겨울철 도로굴착의 제한등에 따른 공사의 지연도 전송망 구축의 차질를
가져온 한 요인이 됐다.

전송망사업자들은 CATV관련 전문인력이 절대 부족해 개통시험및 전송특성
조정등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특히 전국에서 공사를 동시다발로 진행한데다 기술적인 훈련이 되지
않는 인력에 대해서는 훈련을 실시한 후 투입할 수밖에 없어 초기에 능률
저하현상이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전송망사업자들이 SO와의 계약시점이 크게 차이를 보여 시간적
간격이 많이 생긴 것도 조기 망개통의 장애였다는 얘기다.

한전의 경우 일찍계약한 업체와 뒤늦게 계약한 업체사이에 최대 8개월의
간격이 벌어져 있는 실정이다.

이에따라 공사가 마무리돼 가는 곳이 있는가 하면 시작도 못한 곳이 생기는
해프닝이 발생되기도 했다.

케이블TV전송망구축사업은 구축완료여부와 함께 공중으로 설비된 망의
경우 도시미관을 헤친다는 논란과 지중화를 다시 추진하는데 따른 2중투자
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 지중망설비의 경우 일정거리를 두고 증폭기를 달아야함에도 기존
전화망설비에는 이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는데 제한이 따라 케이블TV의
품질이 현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것도 풀어야할 숙제로 꼽히고 있다.

현재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전송망장비의 국산화율 제고방안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