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본방송이 시작된지 한달이 넘었다.

케이블TV의 출범은 이땅의 방송사에 한 획을 그은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컨버터부족과 전송망미비등 출발당시부터 문제가 됐던 사안들이
계속 해결되지 않음으로써 출범이 너무 성급하지 않았느냐 하는 자성론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종합유선방송협회가 3월25일까지 집계한 가입자수는 총30만5천7백세대.

그러나 실제 시청가구수는 기존중계유선망을 이용한 가구 14만8천여세대를
제외하면 15만세대에 그치고 있다.

이중 컨버터를 설치, 정식으로 시청중인 세대수는 2만7천여세대에 지나지
않는다.

3월1일 본방송개시때 컨버터를 설치한 시청가구가 2만가구였으니까 7천여
가구밖에 늘지 않았다.

나머지는 아파트단지에 설치된 케이블안테나망을 통해 시청하고 있는
수치이다.

공보처가 장담했던 3월말 29만가구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란 숫자이다.

게다가 가입신청을 한 30만여가구중 90%가 정상시청을 못하고 있다.

따라서 가입을 신청한 가구도 이를 취소하고 있다.

5월 유료방송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지적 또한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사무실건물에서는 비싼 가입설치료때문에 아예 신청을 하지 않는가 하면,
화면의 떨림현상등 이상처리에 대한 에프터서비스의 지연등으로 시청가입자
의 불만 또한 고조되고 있는 형편이다.

케이블TV가 출범 한달이 지났는데도 이렇게 삐꺽거리는 데는 물론 컨버터및
전송망문제가 크다.

이중 컨버터는 지역방송국들이 한국형컨버터의 성능을 믿지 못해 제조업체
에 주문을 미뤄 수급의 악순환이 발생했으나 최근 인식개선과 함께 주문량을
늘림으로써 해결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에비해 전송망문제는 심각한 상태.

프로그램공급업자및 지역방송국대표들은 한국통신과 한국전력이 장비부족
등을 이유로 작업을 지체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통신의 관료주의적 발상이 전송망설비를 늦추고 있다고도 주장한다.

이에따라 프로그램공급업체들은 한국통신및 한국전력에 대해 계약불이행을
이유로 집단소송을 제기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에대해 한국통신측은 난공사구역의 발생및 측정장비의 보급지연으로
시공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전문인력을 지원하고 감리팀을 투입, 현장지도를 통해 가능한한
빨리 될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공보처는 3월28-29일 양일간 "케이블TV추진 종합점검
회의"를 열고 컨버터의 신뢰성제고대책과 안정적보급방안을 점검하고
전송망및 구내전송선로의 조기구축을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아울러 정부와 종합유선방송협회등으로 구성된 "현장지원대책반"과 전송망
사업자와 지역방송국간의 합동대책반이 꾸려져 1일부터 활동에 들어갔다.

그동안 부진을 면치 못해온 전송망사업을 활발히 벌여 안정적인 유료시청
가구수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들 대책반은 4월말까지 컨버터를 설치해 수신료를 내는 유료시청가구를
25만에서 30만까지 확보한다는 계획아래 현재 가입율이 높은 지역에 우선적
으로 집중시공하고, 화면상의 문제점을 신속히 고쳐 가입자의 계약해지를
막는 것을 주요목표로 삼고 있다.

케이블TV 방송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곳은 프로그램공급업체.

제일방송을 제외한 20개업체들이 모두 참여, 8-24시간씩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

물론 프로그램당 3회 재방, 경우에 따라서는 8회재방등 재방율이 높다는
문제를 안고 있지만 프로그램의 질적차원에서는 공중파에 비해 우수한
경우도 많아 케이블TV의 정착에 청신호를 보내고 있다.

컨버터설치가구는 적지만 유선방송중계망등을 통한 시청자들이 많아
프로그램이 나갈 때마다 반응은 즉각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반응은 특히 영화 음악 스포츠채널등 젊은층을 겨냥한 채널일수록
높은 편.

M21(코리아음악방송)관계자에 따르면 시청자가 보내는 전화나 팩스의
희망곡을 받아 방송하는 "M21과 만나요"의 경우 인천 천안 청주 제주등
전국각지에서 신청이 쏟아져 즐거운 비명을 올리고 있다는 것.

그러나 아직까지 케이블TV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지 않아 방송기술자및
프로듀서, 연기자 확보가 어려운 것과 엄청난 투자에 비해 광고 확보가
힘든 것이 이들의 고민이다.

그나마 확보된 광고도 광고주들이 광고효과의 불투명성을 이유로 계약을
보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방송의 경우 외국의 수입프로그램을 기준(30%)보다 초과해 내보내
문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출범 두달째를 맞은 케이블TV.

기술적 문제에 대한 철저점검 없이 다소 성급하게 출범, 험난한 여정을
밟고 있지만 프로그램공급업자 지역방송국 전송망사업자등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 꾸려가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CNN일본법인 사장 윌리엄 켈리씨의 "한국의 케이블
TV시장은 향후 3년간 흑자를 내기 힘들 것이다. 쓰러지는 업체도 나올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낙관적이다"라는 말은 이런 점에서 매우
시사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