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혐의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지금부터 묵비권을 행사할수 있고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미국영화에서 경찰관이 목숨을 걸고 범죄자를 추적하여 체포하는 긴박한
순간에도 체포사유를 비롯한 묵비권과 변호사선임권을 피의자에게 설명해
주는 장면을 흔히 보게 된다.

왜 체포되었는지 사유조차 모르고 연행되던 과거의 한국현실을 되돌아다
보게 되면 먼 나라의 꿈같은 얘기일수 밖에 없다.

이러한 경고를 하는 수사관행이 생겨난 곳은 미국이다.

미국연방대법원이 1966년 강도.강간혐의로 구속 기소된 어네스트 미란다가
낸 청원을 받아 들여 "연행 당시 묵비권과 변호인선임권을 알려 주지 않고
신문하여 얻은 자백은 그 증거능력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것이 이른바 "미란다원칙" "미란다권리"로 확립되었다.

미란다권리란 구체적으로 체포당할때 경찰관으로부터 피의사유와 묵비권을
고지받는것 이외에 신문시에 변호인을 참여시킬수 있고 피의자가 돈이 없는
경우 국가에서 변호인을 선임해 줄수 있다는 사실을 수사관으로부터 고지
받을 권리를 포함한다.

한국에서도 일찌기 실증법에 이러한 법정신이 도입되어 명문화되어 있다.

헌법제12조 제2항(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과
제5항(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의 이유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고발지 아니하고는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하지 아니한다)을 비롯 형사
소송법과 경찰관직무집행법의 관련조항들이 미란다원칙이 엄연히 존재해
왔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오랜 탈법수사관행의 이를 법조항들을 사문화시켜 왔다.

민주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무더뜨린 처사였다고 할수 있다.

지난해 6월 미란다원칙을 무시한 검찰의 이귀남씨 구속사건이 위법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난 뒤 서울지검이 지난2월 관내경찰에 미란다경고를 이행
하는 지시를 내렸었다.

그에 따라 서울경찰청이 최근 일선경찰서에 이의 준수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피의자의 미란다권리가 지켜질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은 지극히 환영받을
일이다.

피의자들이 미란다권리를 보상받을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는지는 의문
이다.

수사관들의 의식전환이 무엇보다도 선결조건이긴 하나 인구 300명에
변호사 1명꼴인 미국에서 태어난 미란다원칙이 1만2,000명에 1명꼴인 한국
에서 과연 실효를 거둘수 있을 것인지, 또 변호사들이 엄청난 수임료를 받는
현상에서 유명무실한 국선변호인제와 10%선의 참여율 밖에 보이지 않고 있는
당직변호사제등으로 그에 부응해 갈수 있을지 문제가 많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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