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업계의 가격인하싸움이 무한경쟁시대로 접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할인점돌풍에 맞서 지난해말부터 가격파괴코너라는 별도의 매장을
설치하고 식품 생활용품등 일부 한정된 품목을 염가에 판매해 왔던
백화점들이 더욱 세찬 가격인하경쟁에 휘말릴지도 모를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 특히 나산백화점 강남점이 이달초부터 영업에 들어가면서
강남지역 상권에서불꽃튀는 고객확보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가격파괴형 백화점을 표방하고 나선 나산백화점의 저가공세는 경쟁업체들과
의 가격비교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나산은 백화점업계의"미끼상품"으로 꼽히는 식품류의 가격을 동종업체뿐
아니라 할인점들보다 더 싸게 팔겠다던 장담을 뒷받침하듯 소비자들의
구매빈도가 높은 식음료품의 가격을 타업체들이 바짝 "긴장"할만한
수준까지 끌어내리고 있다.

하이트캔맥주 삼양라면을 인접지역인 대치동의 그랜드백화점보다
11%와 26%싼 8백90원과 2백원에 판매하고 있으며 포카리스웨트캔과
해태후레쉬오렌지(1.5 )는 뉴코아백화점보다 27%와 37% 싼값에 내놓고
있다.

가격수준이 경쟁업체보다 싸거나 같을뿐 아니라 심지어는 가격파괴바람의
진원지로 꼽혔던 신세계백화점 E마트의 판매가를 밑돌고 있다.

이같은 저가공세는 일단 고객 끌어모으기와 매출면에서 당초 의도했던
성과를 안겨준 것으로 나산측은 평가하고 있다.

김용환 나산백화점부사장은"개점첫날인 1일 7억3천만원 2일 9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양일간 모두 약35만명의 고객이 몰려 앞으로의
성과를 낙관할수 있게됐다"고 털어놓고 있다.

나산의 실적은 평일 7억~8억원 주말 약9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선발업체
그랜드백화점에 거의 맞먹는 것으로 나산이 적어도 강남지역 백화점간의
고객확보싸움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음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나산의 가격파괴바람이 자신의 텃밭에까지 번지는 것을 차단하려는
경쟁업체들의 움직임 또한 벌써부터 부산하게 나타나고 있다.

뉴코아는 1일부터 잠원동본점 신.구관 지하의 슈퍼마켓매장을 디스카운트스
토어 개념의"뉴마트"로 전환 나산의 저가공세에 맞서고 있다.

뉴코아는 상품조달을 제조업체와의 직거래를 통한 직매입형태로
전환하고 인건비및 시설비를 최대한 줄여 판매가를 더욱 낮췄다고
밝히고 있다.

그랜드는 일단 나산백화점의 출현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표정이나오는 14일부터 시작되는 봄바겐세일을 기해 노마진상품을
대거 투입해 나산바람을 잠재우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들은 나산의 저가공세 넓게 보아 강남지역 백화점간의
가격인하경쟁이 파급되겠지만 어느 선까지 확대될지는 아직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프라이스클럽 E마트등의 할인전문점이 안고 있는 문제 즉 상품조달과정에서
제조업체와의 마찰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기존 유통경로상의
가격을 무시한채 저가판매를 계속할수 있을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식품부문의 극히 낮은 수익성을 의류부문의 이익으로 커버하겠다는게
나산의계산이지만 결과는 두고보아야 한다는게 기존백화점들의 견해인
셈이다.

현대백화점의 한관계자는"저가매장과 고품격매장의 손님은 따로
있다"며"나산이 싸게 판다고 하지만 정상적인 백화점운영이라고는
볼수 없어 자연스럽게 고객차별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지적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나산은 식품 생활용품부문의 저가판매가 해당상품 제조업체들과
마찰을 빚어상품조달 길이 막힐 경우 도매상등 다른 유통경로를
활용해서라도 공급차질을없애겠다고 밝혀 앞으로의 운영방식이 관심을
더해주고 있는 상태. 가격인하경쟁의 바람이 백화점업계를 어느
선까지 강타할지 그리고 나산이 이같은 싸움에서 어떠한 성적을
거둘지가 관심거리다.

< 양승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