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진정되고가 싶던 달러화폭락이 다시 재연돼 국제외환시장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31일 뉴욕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의 대엔화환율이 달러당 86.45엔으로
떨어져 전후사상최저시세를 기록했다.

지난해말 달러당 100엔수준이었던데 비해 13%이상값이 떨어졌다.

반대로 일본 엔화값은 그만큼 올라갔다.

이같은 영향으로 우리나라돈에 대한 890원76전으로 고시됐다.

일본돈에 대한 우리나라돈의 가치가 사상최저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엔화값이 이렇게 올라가는 소위 엔고현상은 우리경제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엔값이 높아지면 일본산업은 큰 타격을 받게되고 그 틈바구니를 우리
기업들이 파고들 여지가 커진다고 계산때문이다.

그러나 요즈음의 엔고현상을 즐거운 마음으로 대할수만은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우리나라 돈인 원화값도 함께 오르고 있는 탓이다.

올들어 원화의 대달러환율은 지난연말의 달러당 788원70전에서 지난1일현재
771원40전으로 17원30전이 내렸다.

비율로 따져 2.2%절상에 해당한다.

지난 3월한때는 764원까지 내린적이 있다.

우리나라 돈값이 올라간다는데 대해 크게 걱정해야할 이유는 없다.

돈값이 올라간다는 것은 그나라의 경제가 좋다는 얘기도 된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올라갈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을때 가능한 것이다.

환율은 주로 그나라의 국제수지상황에 따라 결정된다.

적자가 많이 나면 그나라 돈값이 떨어지고 흑자가 나면 올라가게 돼있다.

우리의 상황은 어떤가.

올들어 경상주지적자폭이 커지고 있다.

다시말해 재화나 용역의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보다 수입대금으로 지불해야
하는 돈이 더 많다는 얘기다.

결국 나가는 달러가 더 많게 되고 그만큼은 기업들이 국내외환시장에서
달러로 바꿔 대금은 지급해야만 하는 것이다.

달러의 매입수요가 매각수요보다더 많다는 얘기다.

달러매입수요가 많다는 것은 값이 올라야되고 반대로 원화값은 내려야
마땅하다.

환율이 올라가야 된다는 얘기다.

그런데로 올들어 원화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

환율결정의 또다른 요인인 외자유입도 많지 않다고 한다.

오히려 기존에 들어와 있던 주식투자자금등은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원화값이 오르고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외환전문가들은 국제시장에서의 달러폭에 따른 심리적요인으로 국내의
달러보유기관이나 기업들이 서둘러 매각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경상거래에 수반되는 외환거래라기보다는 투기적요인에 의한 달러매각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원화절상이 우리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정책적판단이 이를
부추키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물가안정과 경기진정에 동움을 주기때문이라고 설명된다.

또다른 한편에서는 국내기업들의 체질강화를 통한 경쟁력배양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은 원고에 대비한 경영전략의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경제에 주름살을 주지 않는 원고는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낼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결코 낙관적으로만 볼수 있는 상황은 아니것 같다.

국제수지적자폭이 예상보다 커지고 있는 탓이다.

지난 1.4분기중 무역수지적자는 41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집계됐다.

3월중 수입은 116억달러로 사상최고액을 보였다.

전년동월대비 증가율도 40%를 웃돌았다.

이대로가면 올해 무역적자폭이 12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같은 상황에서 더욱 우려되는 것은 원화강세가 연말까지 지속되리라는
전망들이 일반화돼 있다는 점이다.

국제외환시장에서 달러약세가 더 진행되고 국내 외화유입이 늘어날 것이라
는 점이 그 이유로 꼽힌다.

많은 사람들이 "적자속의 원고"라는 기현상을 예상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인위적인 환율조작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수급에 따라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실물경제와 동떨어져 지나치게 투기적요인에
좌우돼서도 곤란하다.

OECD가입을 앞두고 우리경제는 자본시장개방과 외환거래자유화가 폭넓게
이뤄져야할 과제를 안고 있다.

그만큼 투지적거래의 소지가 많아지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출렁거리는 외환시장이 실물경제의 기반을 뒤흔드는 결과
를 가져올 수도 있다.

원화에 제값이 매겨져야만 경제가 순항할수 있다.

실력이상으로 과대펴 가되거나 과소평가돼서는 곤란하다.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는 "적자속의 원고" 행진을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
보면서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느껴보는 것도 결코 기우는 아닌성싶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