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과 일본의 연립정권 3당은 92년 중단된 국교정상화
회담의 조기재개에 적극 노력한다는 합의문을 30일 평양에서 발표됐다.

난항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 4개항의 합의내용은 매우 간단하다.

4당은 국교조기실현을 위해 아무 전제조건 없는,자주적이고 독자적인
회담을 자국정부로 하여금 조기 개최토록 노력한다는 것이 전부다.

이를 액면대로 북.일관계의 급진전이라고 받아들인다면 우리가
주목할 첫째 동인은 일측의 의도다.

심화되는 국내 혼란속에서 일 연립정부의 북한접근 가속화시도는
관심의 대내외 분산이라는 정략적 측면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나 그보다는 일본의 북한접근 경쟁심발로에 주목이 쏠린다.

경수로 발주선을 놓고 남.북한 미국이 갈수록 꼬이는 상황에서 일측은
고지식하게 한.미 공조에 매달리기 보다 이를 대북 개방참여 통로마련의
기회로 역응하려는 저의가 드러나고 있다.

먼저 회담의 전제조건 배제라는 합의2항은 92년 북.일 회담중단의
원인이 된 양국 3당의 90년선언을 재론하지 말자는 합의로까지 해석이
가능하다.

그중에도 실속적고 민감한 납치추정 재일교포인 이은혜문제는 쌍방이
불제기를 묵계했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북의 핵개발의혹에 관한 논의를 어떻게 취급할지에 대한
의문이다.

거기에 합의 3항의 자주.독자입장 천명을 보태면 경수로를 포함,북.미
핵합의이행 과정에서 일본의 한.미공조 이탈이 그 내심 아니겠느냐는
혐의가 짙다.

자주성 독자성 언급은 나아가 향후 한반도를 둘러싼 미.일간의
관계 설정에서 일본의 행동폭을 규정할 준거로서의 활용 저의마저
비쳐 보인다.

북한측의 입지는 더욱 분명하다.

당면 경수로협상에선 물론 먼 장래에 까지 그들에게 일본은 대남견제역,미국
의 자극 유인으로서 적합하며 경제적 의지처로는 최적이다.

따라서 4당합의가 양국회담의 전제조건 배제를 앞에 내세웠고 거개에
90년선언인"전후의 손실보상"도 전제가 안된다는 해석이 나오나
그렇지는 않다.

대일 보상청구는 북한으로서 이젠 도저히 더 미룰수 없는 욕구다.

우선 시급한 궁핍에서 벗어나고 대남경쟁에서 열세회복을 꾀하려면
그 선택이 경제부흥뿐임을 그들은 안다.

부강한 일본 미국인들 부족과 욕심이 왜 없겠는가.

그러나 산업력은 물론 자원으로도 극히 제한적 경제단위인 북한에
조울(조울)의 어떤 자극을 줘서도 일을 그르친다.

그렇게 되면 지도국 자존심에 상처만 남고 얻는 것은 적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