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치영 < 금융연구원 부연구위원 >

94년 하반기에 급격한 상승추세를 보였던 원화의 대미달러화 가치가
올들어 그 상승속도가 완만해지는듯 싶더니 최근 다시 매우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그런데 경제지표상으로는 원화가치가 최근에 우리 경제가 경험하고
있는것과 같은 큰 폭의 상승을 보일 이유가 없다.

국내증시의 침체로 인한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의 역송금 증가,멕시코사태로
인한 신흥금융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투자위축,미국의 금리상승등으로
자본의 순유입이 크게 줄어들고 있으며 게다가 경기확장세가 지속됨에
따라 수입이 크게 증가하여 무역수지적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화가치 상승압력의 완화로 인해 연초 788.70원(매매기준율
기준)에서 출발한 1달러당 원화환율이 월말에는 786.70원,2월말에는
786원을 기록하는등 실제로 지난 1~2월에는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미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가 거의 횡보추세를 보였다.

최근 원화환율이 770원대를 돌파하는등 원화가 강세행진을 지속하고
있는것은 달러화가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심리로
인해 원.달러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의 투기적 매도세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국내 금융기관및 기업들이 달러화 보유를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달러화에 대한 약세기대는 국제적으로 달러화가치가 폭락하고,원화의
대엔화 가치하락으로 인플레를 우려하는 통화당국의 달러화에 대한
원화절상의지가 강력해지면서 크게 심화되었다.

달러화에 대한 수입결제수요의 증가가 어느정도 원화가치의 상승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크게 역부족인 상태이다.

따라서 현재의 원화강세행진은 경제적 기본요인( economic fundamentals
)의 변화에 의한 것이 아닌 일종의 거품현상이라고 할수 있다.

향후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강세행진이 지속되어 올해 상반기말에는
달러당 원화환율이 755~760원에서 형성될 전망이다.

현재의 거품현상이 쉽게 사그러들지는 않을 것이며 경제적 요인으로
부터의 원화가치 상승압력 또한 크다.

원화강세가 지속될것이라는 전망에 대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최근 미국의 경제성장세가 둔화되고있어 미연방준비이사회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희박해졌고 미국의 경상수지적자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향후 달러화 약세기대가 지속될것이다.

이에따라 우리 금융기관및 기업들의 달러화보유 기피현상 역시 계속될
것이다.

둘째 국내의 높은 자본조달비용과 외환자유화의 진전으로 우리 금융기관및
기업들이 해외차입을 확대할 것이며 멕시코사태의 여파로 신흥금융시장을
대거 이탈하였던 선진국자본이 경제적 기반이 비교적 견실한 우리나라로
몰려옴에 따라 지금까지는 부진했던 순자본유입 규모가 향후 대폭적으로
확대될것이다.

셋째 경기확장세 지속으로 인한 인플레를 우려하여 통화당국이 큰폭의
원화절상도 용인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의 상승은 무역수지악화를 초래하여
경제성장및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물가안정에는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현재 원화뿐만 아니라 엔화와 마르크화도 달러화에 대해
초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원화가치 상승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일반적인 경제분석이 적절하지 않을수 있다.

만약 엔화와 마르크화의 초강세가 지속된다면 이들 화폐에 대한
원화가치가 하락하여 달러화에 대한 원화강세 행진이 우리 경제의
성장및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과 물가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미미해질 수도 있기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