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림이 울창하고 골짜기가 깊으며 만학천봉이 엉기어서 백주에도 해를
가리워 보기가 힘드는 험산이다. 웬만한 산골 같으면 하다 못해 초부들의
외발자국 길이라도 있으련만 하도 심산궁곡이라 그런 길조차 없고 잡초만
빽빽하여 눈앞을 가리울 따름이다"

소설가 김동인이 일찌기 기행한 덕유산의 옛 모습이다.

골짜기 깊숙이까지 널따란 길이 뚫리고 상점과 식당 숙박시설이 들어
찾는가하면 대단위 리조트단지가 들어서 망가질대로 망기진 지금의 덕유산과
비교해 보면 그때의 모습은 에덴동산을 연상케 해 주고도 남는다.

국가가 자연풍경지를 보호하고 보호하고자 지정해 놓은 국립공원들의
몰골이 이 지경에 그친 것은 아니다.

산둥선에 정상으로 오르는 차길을 낸 소백산과 지리산, 경관을 해치는
고층콘도미니엄이 산등성이에 솟은 설악산, 음식점이 산마루에서 성업을
하고 바위를 깎아 등산길을 낸 속리산.

훼손의 양태로 각양각색이다.

1967년 자연공원법이 제정되고 레저인구가 늘어나면서 그 훼손의 정도가
더욱 가속화되어 왔음을 부인할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더욱이 국민의 공유재산인 국립공원부지에 사유시설인 골프장 스키장
콘도미니엄의 건설을 허가해준 당국의 불법적인 처사에서 그 극치를 엿보게
된다.

당국이 자연공원법 제정의 본래취지를 살리려 했었다면 법시행 이전에
공원내에 이미 들어서 있었던 시설물이라 하더라도 적정한 보상을 해주어
그 경계밖으로 이전시켰어야 했고 또 공원내의 사유시설 허가로 내주는
것이 아니었어야 했다.

그런 점에서 당국은 공원휴게소에 앞장선 배임과 불법행위의 주체였다는
진단을 받아도 변명할수 없는 입장이 되었다.

그런 마당에 내무부는 한술 더 떠서 국립공원등 자연공원의 경계를 10년
마다 축소할수 있도록 하는 규제완화조치를 내놓았다.

이유인즉 민원 해소와 불합리성 시정이다.

그런 명문으로 법이 바뀌어 진다면 지역이해가 얽힌 자연공원은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드는 운명에 처할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몇몇 지역의 그린벨트 완화 서울시의 특정풍치지구 해제등의 정부
발표와 더불어 현정부의 자연환경보존 의지의 허구성을 드러내 주는
증좌이다.

지방자치선거를 앞둔 선심행정이라는 의혹을 낳을수 있는 소지가 될수도
있다.

만의 하나라도 그런 생각을 가진 당국자가 있다면 자연환경이 결코 정치
도구가 될수 없다는 점을 깨우쳐 주어야 할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