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기업 경영에 국가라는 공간의 개념이 없어지고 있다.

국경의 장벽을 허물고 있는 장본인은 글로벌(global)화상회의 시스템.

컴퓨터통신망을 이용해 세계 각국의 지사와 언제든지 연결해 회의를 할
수 있는 새로운 "경영매체"다.

LG전자는 지난달에 이 시스템 가동에 들어가 본격적인 "무국경 경영시대"를
열었다.

LG전자의 글로벌화상회의 시스템은 국내 8개 사업장과 해외 7개지역을
연결토록 구성됐다.

특히 이 시스템은 양자간에만 연결되던 기존 화상회의시스템의 한계를
극복, 다자간에 동시 회의가 가능한 본격적인 의미의 회의시스템이다.

해외통신망은 AT&T의 망을 사용해 이 통신망에 접속해 있는 기업이라면
누구라도 LG전자와 화상통신을 할 수 있는 특징도 갖고 있다.

이 시스템이 해외와 연결되는 데까지는 두개의 국제 관문국을 통과해야
한다.

한국통신과 AT&T의 것 두개다.

국내 각 사업장의 화상정보는 압축전송기를 통해 서울 본사의 메인 컴퓨터
로 전송된다.

이 정보는 다시 한국통신의 국제 관문국으로 보내진다.

한국통신에 들어온 정보는 곧바로 AT&T의 국제관문국으로 보내진다.

LG전자는 이 시스템 가동으로 기술개발,마케팅,서비스등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선 기술개발의 경우 국제적인 협력체제를 구축하게 됐다.

해외기술협력회사와 언제든지 서로 상의해 가며 설계도를 제작하거나 수정
할 수 있게 된 것.

장기간 해외출장을 가거나 아예 파견 나가야 했던 일들이 서울 사무실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마케팅측면에서도 해외지사와의 협력이 훨씬 쉬워지게 됐다.

서울 본사와 해외 판매법인간의 연결형태가 쌍방형태에서 다자형태로
전환돼 정보습득량이 많아지고 시간도 그만큼 빨라지게 됐다.

해외지사들이 국제적 경영체제를 갖추게 됐다는 뜻이다.

서비스부분도 획기적인 체질개선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측은 유럽지역 홍수때 물에 젖은 가전제품의 수리방법을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현지서비스센터에 전달했다.

이를 통해 정확하고 신속한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되고 이 회사의 이미지가
좋아진 것은 물론이다.

LG전자측은 화상회의시스템 가동으로 해외 출장비를 연간 20%정도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효과는 이같은 비용감축이 아니다.

출장을 가지 않음으로서 발생하는 신속한 업무처리다.

또 출장으로 발생하는 종업원들의 업무지연도 없앨 수 있다.

LG전자는 앞으로 이시템을 해외 각지사에 연결할 계획이다.

해외에 나가 있지만 국내에서 일하는 것처럼 매일 낮익은 얼굴을 보며 일을
하는 시대가곧 도래할 것 같다.

< 조주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