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나면 소령이나 중령이 금세 장군으로 진급한다.

비상사태에선 연공서열보다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 한정된 일반투자자를
놓고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지는 증권업계에서도 패기만만한 30대들이 일선
영업을 진두지휘하는 지점장으로 대거 발탁되고 있다.

증권업은 변화가 빠르고 위험이 많은 곳.머리가 굳지 않은 신선한 두뇌,
만에 하나 한번 크게 당해 전재산을 날리더도 다시 탈탈 털고 일어설 수
있는 탄성은 나이든 지점장에겐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증권사들은 30대지점장을 늘리고 있다.

80년대엔 30대지점장이 하나의 사건이었지만 현재 10대증권사의 30대지점장
(55년생이후)은 모두 63명이나 된다.

이들지점의 14%.대신과 한신증권은 25%를 웃돈다.

소형사는 그 비중이 더 크다.

30대지점장은 젊은이답게 개성이 강하다.

그래서 그들의 활약도 돋보인다.

무엇보다 30대 지점장들은 약정경쟁에서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한신증권 압구정지점 박현주지점장(37세)은 지난 91년 33살에 중앙지점장에
올라 30대지점장시대를 추세로 굳힌 사람.

1달약정 1천9백억원 1년 약정 1조1천억원이란 대기록을 세워 주변의 찬반
논쟁을 잠재웠다.

박지점장의 발탁인사로 재미를 본 한신증권은 중앙지점에 역시 30대인
나상채지점장을 기용.

30대인 양재지점 임헌국지점장도 전국수위를 다투고 있다.

동방페레그린 명동지점 김석환지점장(36세) 대우증권 주안지점 안희환
지점장(36세) 동양증권 그랜드지점 김환지점장, 대신증권 방배지점 오재일
지점장도 잘나가는 30대지점장이다.

쌍용증권 분당지점 함영섭지점장(37세)은 수익률중심영업과 예탁자산불리기
라는 자기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이름높다.

함지점장은 지점장 사내공모에 자원, 30대 지점장으로 발탁된 경우.

국제부에서 9년을 근무한 국제통.

영업을 모르면 제대로 된 증권맨이 될 수 없다는 생각에 일선영업을 자원
했다.

예탁자산이 많으면 회전율이 낮더라도 약정목표를 쉽게 달성할 수 있고
느긋하게 고객의 수익률요구도 채울 수 있다는게 그의 영업철학.

그래서 분당지역 특유의 나이지긋한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대형D증권 서울지역지점의 P지점장은 자신의 예리한 시장관에 법인영업경력
을 보너스로 갖고 있는 경우.

법인영업시절 가까웠던 기관투자가들이 본사영업부에 주문을 내면서 그
앞으로 약정을 잡아주곤 한다.

일종의 "전관예우".

갈수록 기관비중이 높아지자 증권사들은 정책적으로 30대의 젊은 법인
영업맨들을 지점장으로 발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30대지점장들은 고민이 많다.

대개 증권사들은 30대 지점장들을 취약점포를 공략하기 위한 공수부대로
투입하는 경우가 많고 그와중에 적잖은 30대지점장은 "마모된다".

한 지방점포를 제손으로 살리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내려갔다는 D증권
K지점장(36살)은 지점장 2년만에 진이 빠졌다고 말한다.

연고도 없는 곳에서 자기보다 나이많은 부하직원들과의 신경전으로 일할
맛이 안난다.

게다가 주식부로 다시 불러주기로한 영업담당임원이 사직하면서 "지점장
이후"가 걱정이다.

30대지점장들 대부분은 아직 자신에 차 있다.

젊은데 무엇을 못하겠냐는 배포다.

그러나 증권사 경영진들도 30대지점장들 본인이 가진 "배포"이상의 답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30대지점장이 소모품이 아니냐는 의문도 여기서 나온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