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카운트스토어등의 할인점이 가격파괴바람을 등에 엎고 순항을 계속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일본 백화점업계의 경기는 한마디로 말해 아직
"한겨울"이다.

수년째 이어진 불황한파가 좀처럼 겉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다
저가격으로 무장한 신업태로 고객이 몰리면서 백화점업계에는 악재가 연이어
겹치고 있다.

일본백화점협회가 금년초 발표한 매출실적을 잠시 들여다 보기만 해도
무기력증에 빠진 일본백화점들의 현주소는 다시한번 확연히 드러난다.

동경지역 14개백화점들의 지난해 매출은 총 2조4천75억엔으로 6년전인 지난
88년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대상범위를 좀더 넓혀 백화점협회 회원사인 전국1백14개업체로 눈길을 돌려
봐도 결과는 별다를바 없다.

1백14개사의 지난해 매출은 총8조7천7백13억엔으로 93년대비 2.6%감소,92년
이후 연3년째 마이너스성장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매출감소폭이 지난93년의 6.6%보다 4%포인트 좁혀지긴 했지만 현재와 같은
경제여건하에서는 언제 마이너스성장의 늪을 빠져 나올 것인지 점치기
어렵다는게 업계내부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올들어 더욱 가속화된 엔고로 기업들의 수익성이 필연적으로 나빠질 것이
분명한데다 판신대지진이라는 천재까지 겹쳐 소비자들의 돈씀씀이는 더 빠듯
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백화점업계를 짓누르고 있다.

일본백화점협회는 지난1월의 판신대지진으로 인해 고베지역의 백화점들이
입은 상품과 건물피해가 일단 1천억엔을 상회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매출감소분까지 포함하면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실제 근기백화점협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교토,오사카,고베지역
백화점들의 지난달 매출은 1천2백18억엔으로 지난해 동월보다 무려13.4%가
준 것으로 나타났다.

지진피해의 직격탄을 맞은 고베지역은 다이마루(대환),소고등 대다수백화점
들의 영업불능상태가 계속되면서 사실상 개점휴업상태의 비상국면을 맞고
있다.

일본의 유통전문가들은 백화점업계의 불황이 전반적인 소비둔화에서 비롯된
"소비불황"의 측면도 내포하고 있지만 이보다는 디스카운트스토어등의 신업태
와의 가격경쟁에서 밀린"가격불황"의 양상이 더 짙다고 진단하고 있다.

백화점들은 이에따라 구조적불황의 그림자를 지워내기 위한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소비자의식변화등 달라진 영업환경에 적응하려는 변신노력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세이부(서무)백화점은 종전과 같은 거대한 함정스타일의 대형매장으로는
유통혁명의격랑을 더이상 헤쳐나갈수 없다고 판단,운영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라면 매장규모축소도 불사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단순한 리뉴얼은 안된다. 매장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려는 마인드를
갖추지 않으면 안된다"

와다사장은 전국 31개점포의 개조작업을 앞장서 진두지휘하면서 세이부의
변신을 직원들에게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세이부는 각양각색의 상품을 모두 취급하는 대형점포로서의 백화점은
동경의 이케부쿠로등 지역1번점에 국한시키고 다른 점포는 상품및 고객층을
대담하게 압축해 70,또는 50화점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오다큐(소전급)백화점은 신업태의 저가공세에 맞서 PB(자체상표)상품을
상품전략의 핵으로 삼고 핸드백,지갑,장신구등 35개품목의 PB저가상품을
집중적으로 개발,지난해부터 NB(내셔널브랜드)상품보다 20%싼 값에
판매중이다.

이세탄백화점은 이태리의 고급브랜드인 엠포리오 아르마니와 동일한원단을
사용하면서도 가격은 약40%까지 낮춘 와이셔츠를 PB상품으로 개발,본점매장에
등장시켰다.

이같은 탈불황 노력이 일본백화점들이 깊은잠에서 깨어나도록 하는데 어느
정도의 효과를 발휘할지는 아직 미지수라는게 유통업계의 중론.

그러나 전문가들은 백화점업계가 소비자들의 구매행동및 의식변화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적응할수 있느냐의 여부가 근본적으로 재도약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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