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차병원에는 특별히 자랑할 만한 반휴일이 주중에 있다.

보통 수요일 오후나 목요일 오후를 이용하게 되는데 각자 취미 취향대로
골프모임, 볼링모임, 등산모임 등이 있는데 내 경우는 주로 등산모임에
참여하게 된다.

일주일중 중간에 오후 반나절 운동내지 휴식을 취하는 것이 한주일을
쉽게 지나가게 하며 또한 많은 활력을 주게되어 모든 일에 신바람을 불어
넣게 한다.

그래서 사업하는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 우리 차병원의 경험을 이야기해
주고 적극 권장하게 된다.

평일의 오후인지라 해가 짧은 겨울같은 경우는 주로 관악산 청계산 북한산
중 그때 그때 선택하여 가게되며 해가 길은 여름철에는 서을 근교 명산을
택하여 산행을 하게 된다.

또한 일년에 4~5회 정도는 주말 특별산행을 하기도 한다.

주로 일박이일 예정으로 일정한 주중의 고정 멤버이외 많은 직원들과
더불어 가능한 한 계절별로 멀리 유명산을 찾아 나서면, 일상을 벗어난
오랫만의 자유로움과 즐거운 산행까지 하게 되니 그 즐거움, 행복감은
절정에 달하게 된다.

산에 간다는 생각을 하게되면 항상 가슴이 설레이고 기대에 부푼다.

산을 오르다보면 생의 철학을 저절로 느끼고 배우게 된다.

산에 가면 우리 인간이 별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결국 인간은 자연계를 구성하고 있는 하나의 요소에 불과하다.

돌 나무 새 꽃 벌레들과 똑같은 조건으로 자연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음을
가슴깊이 깨닫게 된다.

산행은 또한 구도자의 마음을 알게 한다.

산길을 걸으며 삶과 죽음 그리고 인생의 희노애락을 생각하게 된다.

산행의 즐거움과 느낌은 같은 산을 아무리 많이 다녀도 그 코스에 따라,
함께 가는 사람들에 따라, 계절에 따라 항상 그 감흥을 달리하며 특히나
동료들간에 간격이 좁혀져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우리들에겐 더없이 모든일
에 상호협조가 잘되고 있다.

의료인이라는 직업자체가 항상 긴장하고 있는지라, 더우기 요즈음 같아서는
의사라는 직업을 항상 차분하고, 분노와는 전혀 상관없는 상냥하고 여자같은
모습을 모델로 하고 있고, 한치의 실수라도 저지른다면 결코 용서받지
못할듯한 사회분위기와 동료들 간에도 서로 자기 방어에만 익숙해지려는 이
삭막한 현실속에서, 의사 동료들간의 서로 도움 즉 협진에 복잡한 절차없이
전화 한통화 내지 말한마디로 서로 도와주는 풍토가 되어가고 있다.

특히 산행을 같이 하는 의료인들끼리는 항상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동료애를 발휘하기 때문에 이것이 모델로 되어 요즈음의 절박한 의료환경속
에서도 환자들에게 칭찬받고 존경받는 의사상의 구현에 모범이 되고 있다
하겠다.

옛날 산을 좋아했던 현인들의 글귀를 생각하며 이글을 맺는다.

일일견산,모기고,학기중,애기려,우기구 (산을 바라보건대,그 높음을
사모하고,그 무거움을 배우고,그 아름다움을 사랑하고,그 옛스러움을
벗 삼는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