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류업계는 치열한 판매경쟁을 벌이며 전체주류시장의 외형을
크게 불풀려 놓았다.

93년 3조6천억원 규모였던 주류시장은 사상 유례가 없었다는 주류업계의
판매전끝에 지난해에는 4조2천억원 규모로 16.4%나 성장했다.

93년의 8.8%보다 곱절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러한 양적 팽창 속에서 주류업계가 벌어들인 돈은 어느 정도나 될까.

기업의 한해 영업성적이 드러나는 3월 주주총회 결과를 보면 한마디로
"외화내빈"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특히 지난해 상호비방광고 및 맞고소로 법정싸움까지 불사했던 맥주업계의
성적표는 낙제점이란 혹평을 피하기 어렵다.

동양맥주는 지난해 총매출액이 1조3천7백3억원(주세포함)으로 정체현상을
보인 가운데 창사이래 최대규모인 6백5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93년 23억원의 흑자를 낸 것을 감안하면 불과 1년새에 손실폭이 7백억가량
벌어지는 대형 적자로 반전된 것이다.

90년대 들어선 맥주시장이 침체를 못면하던 지난 91년의 77억원에 이어
두번째이며 맥주의 절대판매량도 1억3백80만상자로 전년대비 2.9%가 줄어
들었다.

동양맥주는 적자의 원인으로 광고비 판촉비 등 판매비용의 증가, 원재료의
가격인상, 인건비의 증가, 물류비용 및 금융비용의 증가 등을 꼽았다.

동양맥주의 관계자는 "OB의 경우 5백ml병 기준 출고가가 6백77원인
라거맥주의 비중이 70%에 달하는데 비해 조선맥주의 경우 출고가가 8백13원
인 하이트의 비중이 67%인 등 타사보다 수익성확보에 불리했다"고 어려움을
털어 놓는다.

그러나 하이트돌풍으로 화제를 모은 조선맥주의 영업실적도 썩 화려하지는
않다.

조선맥주는 지난해 7천9백12억원의 매출에 5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그러나 순이익은 주세 등을 뺀 순매출액 2천7백37억원의 1.82%로 당초
기대에는 못미치는 수치이며 맥주3사중 유일한 흑자라는데 만족해야 했다.

맥주업계의 막내격인 진로쿠어스맥주도 제품을 시판한지 1년이 채 안돼
가늠하긴 힘들지만 신규진출에 따른 투자부담으로 약 2백70억원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업계의 수익성이 악화된데는 무엇보다 과열경쟁에 따른 광고판촉비
의 지출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맥주3사가 지출한 광고비는 모두 6백2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은 93년의 80억원보다 3.6배가 늘어난 2백84억원을, 조선은 93년의
1백7억원에서 1백89억원을 지출했으며 작년 6월 맥주시장에 진출했던 진로도
1백49억원을 쏟아부었다.

경쟁이 치열해지며 유통망 단속을 위해 도매상에 대한 각종 지원과 소비자
경품행사 등 갖은 판촉비용이 무한대로 들어갔음은 물론이다.

연초에 동양과 조선이 맞고소를 취하하고 앞으로는 상호비방이나 흑색선전
보다는 품질경쟁 등 페어플레이를 벌이자고 합의한 것은 결국 소모전적인
과열경쟁이 수익성악화는 물론 맥주시장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만 미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올해에도 주류사들이 치열한 경쟁상황은 피할 수 없으며
따라서 수익성호전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양적 팽창에서 질적 경쟁으로 국면이 전환되기엔 아직 요원하다는
이야기다.

맥주시장에서는 상반기중으로 진로쿠어스맥주의 청원공장 증설이 완료
되는데다 조선맥주도 마산공장의 생산라인을 하이트용으로 교체하고 있어
물량소화를 위한 제2의 판촉전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동양맥주도 넥스의 시장정착을 위한 일전을 양보할 수 없는 형편이다.

소주시장에서도 진로와 경월의 공세에 당면한 지방소주사들이 잇달아
신제품을 내놓았으며 공장증설마저 들어가 격돌이 예상된다.

임페리얼 퀸앤 등 프리미엄위스키시장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양주시장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더구나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경품제공한도를 한껏 완화시킨 것도 무한
경쟁을 부추기는 복병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일부 업체에서는 봄철 성수기를 앞두고 벌써부터 무한경쟁에 대비하는
분위기다.

주류사들은 시장상황이 혼란기인만큼 당분간 외형성장에 치중한 양적
경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자동화창고 건립 등
물류비용의 축소, 관리직 사원의 영업직 전환 및 조직개편을 통한 군살빼기
등 원가절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주류사의 수익성이 개선되려면 무엇보다 주세율의 개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5백ml짜리 맥주 1병의 출고가는 6백77원이다.

이중 제조원가는 2백9원에 불과하며 나머지 4백68원은 주세 교육세 부가세
등 각종 세금으로 "맥주를 마시는게 아니라 세금을 마신다"는 평을 듣고
있다.

1백50%에 달하는 주세율을 인하한다면 소비자가격의 상승없이 주류사들의
수익성호전은 물론 대사회활동도 지금보다는 활발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