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회사 일선 지점장.누가 뭐래도 증권영업맨들의 꽃이며 증권사 살림을
일선에서 꾸려가는 야전사령관이다.

영업을 독려하랴,직원들 관리하랴 쉴틈이 없지만 자기만의 고객을
확보해 개인영업에서도 실적을 내야하는 결코 쉽지않은 자리다.

수백억원대의 약정을 올려 스카우트열풍을 불러일으키는 지점장이
있는가 하면 투자자들에게 멱살잡히고 심하면 얻어터지기까지 하는
수모를 참아야하는 것이 지점장이다.

천장 10일 바닥 1백일이라는 증시에서 1백일동안은 고개숙여야하는
사람들. 증권사 일선지점장의 숫자는 현재 7백90명선으로 집계되고있다.

노련한 상무급 임원도 있고 이제 갖 과장딱지를 뗀 신출내기 지점장도
있다.

내일모레 60을 바라보는 노병과 30대초반의 패기찬 젊은이가 "지점장"
이라는 같은 명함을 들고 전장을 누빈다.

세상 어디가서도 큰소리칠 일이 없다는 푸념을 해보지만 그래도
좋은 지점장. 훌륭한 야전지휘관이 되는 조건만큼은 결코 간단치않다.

주가가 곤두박질치던 지난달말 D증권 강남지역 김지점장(41)은
후장동시호가 주문마감을 앞두고 결단을 내렸다.

"내관리계좌 주식 모두 팔아." 시장점유율에서 경쟁지점과의 간발의
차이를 만회하기위해 관리계좌들을 가격불문하고 몽땅 손절매했다.

결과는 불과 2억원차이의 승리. 며칠후 열린 지점장회의에서 김지점장은
지방의 모동료지점장이 실적부진을 이유로 대기발령받는 장면을
지켜봐야했다.

피말리는 약정고 경쟁을 위해 지점장은 관리계좌라도 가져야하고
유사시에는 이를 꺼내놔야한다.

동부증권 을지로지점의 김도영지점장(이사).소형사지만 전국 1위점포를
운영하는 발군의 실력파다.

1백억원대의 고객이 있고 수십억원대 고객 4~5명을 별도관리하는게
그의 무기.

모법인고객을 무려 17차례나 찾아가 주문을 얻어내는데 성공했고 모큰손
고객은 2년이나 공을 들인후에나 투자고객으로 확보할수 있었던 경험이
그의 자산이다.

증권사 지점장의 첫째조건은 그래서 영업능력.D증권 김지점장 스타일이건
김이사케이스건 약정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기본요건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종목을 발굴해내는 "안목"은 지점장이 갖추어야할 두번째 요건이다.

한진투자증권 소공동의 신현우지점장(이사)은 자산주를 발굴해내면서
이회사 전국 1위점포를 키워낸 장본인이다.

실명제이후 숨죽이고있던 증시에서 성창기업 만호제강으로 이어지는
자산주돌풍을 창조해냈다.

앞서의 김이사 역시 과거 국제상사주식으로 5백%의 수익률을 내는등
"한건 만들어내는 능력"은 지점장의 필수요건이다.

지점장의 세번째 덕목은 역시 관리능력.

신설증권사 강남지역의 H전지점장은 "작전의 귀재"들을 부하로 결집해
한때 시세를 주름잡았으나 관리능력부재로 중도하차한 케이스.

Y대리가 고객돈을 횡령해 검찰에 구속됐고 다른직원들도 고객접대를
명목으로 법인카드를 남용해 지점관리는 엉망이 되어갔다.

H씨는 결국 지점장을 그만두고 지금은 "속편한"투자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조건을 다 갖추어도 주식시장이라는 전쟁터에서
언제 십자포화를 맞고 침몰할지는 알수없는 것이 지점장이다.

"날마다 전쟁터에서 총알받이 지점장인데 야전사령관은 무슨."

어느 지점장의 자조가 실감나게 들린다.

< 정규재.정주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