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인구 여섯명당 한대의 비율로 차를 가지고 있다.

너나 할것 없이 차를 몰다보니 어떤 때는 필요없이 차를 몰고 있다고도
생각된다.

그만큼 자동차는 우리들의 실용품이 된 셈이다.

자동차는 이제 재산목록이 아니라 생활품목에 속하게 됐다.

그렇게도 우리의 일상생활에 친숙한 자동차이지만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자동차 사고율이 높은것도 사실이다.

자동차는 흔히 어른들의 장난감이라고도 한다.

처음 몰때는 서툴고 무섭기도 하지만 한두해 경험을 쌓아 운전대가 손에
붙게되면 그야말로 환상적인 장난감이 아닐수 없다.

빗줄기 사이로 달리듯이 자동차의 물결사이로 빠져 나가는 기분은 상쾌하고
신나는 것이다.

더구나 사랑하는 사람이나 친구를 옆에 태우고 운전실력을 과시하면서
초고속으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은 모험적 쾌감마저 느끼게 한다.

우리나라에는 좋은 자동차가 많고 또 깨끗이 닦아 유지하는 것이 대부분
이다.

그런데 자동차가 좋은 만큼 우리들의 운전문화는 고급스럽지 못하다.

우리나라의 최급차가 신사스럽지 못하게 마구 달리는 경우를 볼때마다
"차가 아깝구나"고 뇌까려 보기도 한다.

하드웨어는 괜찮은데 소프트웨어가 형편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도 자동차의 품질만큼은 고급스럽게 차를 몰수 있는 때가 되지
않았을까.

모든 분야가 거의 마찬가지이지만 자동차의 경우에도 소프트웨어(운전능력
과 자동차를 다루는 능력)가 너무 뒤져 있다고 생각된다.

안전을 무시한채 달리고 서는 기교만 습득하고 있다면 환상적인 장난감은
살인기계로 둔갑할 수도 있다.

무고한 사람이나 혹은 사랑하는 사람들까지도 죽게 하거나 영원한 불구를
만들기도 한다.

아무리 길이 나빠도 교통신호와 규칙만 제대로 지킨다면 사고율을 크게
줄일수 있을 것이다.

과속과 신호위반이 대부분의 사고 원인이지만 자동차를 다룰줄 몰라
생기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들도 있다.

몇년전의 일이다.

아버지가 아기를 차안에 재워둔채 호숫가에 차를 세워두고 낚시질하는
동안 아이가 깨서 핸드브레이크를 풀어 차가 물속으로 들어가 죽은 사건이나
며칠전 한강 고수부지에서 애인이 차안에 있다가 물속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애인을 구하러 뛰어든 남자까지 죽은 사고.

또 얼마전 언덕길에서 가족들이 차를 닦다가 차가 아래로 굴러 내려가
앞에서 차를 닦던 아버지가 죽게 됐던 사고와 같은 경우가 일어나는 것은
자동차의 위험에 대한 무지나 부주의 때문이었던 것이다.

달리는 자동차만이 아니라 세워둔 차도 살인기계로 둔갑할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사고를 선진국 수준으로 줄이려면 이제는 "안전"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우리들의 두뇌에 입력돼야 한다.

속도를 줄이고 교통신호와 싸인을 지키고 질서를 지키고 안전수칙을 항상
유념한다는 자동차문화는 선진화 될 것이다.

핸들을 잡을때는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이라는 점을
운전자들은 항상 명심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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