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한 <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

얼마전 세계의 이목이 베어링사태에 집중된 적이 있다.

10억달러라고 하는 손실 규모 자체도 놀랄 일이었지만 어떻게 해서 일개
선물딜러가 그런 엄청난 금융사고를 일으킬 수 있었는지, 또 200년 전통의
베어링그룹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 수 있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
됐었다.

그런데 이런 사태를 우리는 그저 강건너 불 보듯 흥미의 대상으로 구경만
하고 있어도 좋을 것인가.

때 맞춰 국내에서 발생했던 덕산그룹의 부도와 그에 따른 금융기관의
막대한 피해 등을 접하면서 우리도 이제 날로 증대, 다양화되어 가고 있는
각종 위험에 대비한 체계적인 위험관리(Risk Management)에 모두들 눈을
돌려야 할 때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사회의 발달과 더불어 우리는 각종 위험에 둘러싸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험에 따른 피해 또한 각양각색이다.

신체상의 피해, 재물피해, 배상책임피해 등의 직접적인 피해 뿐만 아니라
본인이 미처 예상할수 없었던 사고로 인해 받아야 하는 간접적인 피해 또한
결코 무시할 바가 아니다.

이러한 위험에 현명히 대처해야 한다는 점에서 위험관리는 더 말할 나위도
없이 필수적이라 하겠다.

사실 개인 기업 국가 모두 나름대로의 위험관리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위험관리가 체계적이지 못할 때 그것은 더 이상 효율적일 수 없다.

체계적인 위험관리는 다음의 세 단계로 구성된다.

첫째 발생가능한 위험들에 대한 분석으로부터 시작된다.

예상위험의 파악및 예상손실에 대한 면밀한 분석은 위험관리 수단의 선택및
예산책정에 있어 필수적이다.

둘째 위험의 성격에 따라 그에 적합한 위험관리 수단이 결정되는데 위험
회피, 손실예방, 손실통제, 위험전가, 위험의 자기부담, 모험등이 그것들
이다.

한 위험에 있어서의 사고빈도(Loss Frequency)및 손실규모(Loss Severity)
에 따라 위험관리 수단의 선택이 결정되는데 어떠한 위험관리 수단도 모든
경우에 있어 최선일 수는 없다.

이는 주어진 상황이나 여건에 따라 그에 걸맞는 위험관리 수단이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예상위험에 대한 면밀한 분석및 사후관리 계획을 전제로 하여 그에 적합한
위험관리 수단이 선택 또는 조합되어져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셋째 평상시 위험관리 시스템의 항상 점검및 개선이 위험관리의 근간이
된다.

체계적인 위험관리 시스템이 운영될 때에 우리는 사고예방에 만전을
기할수 있다.

또 만약 사고가 발생한다고 해도 피해상황에 대한 정확한 파악, 파급효과
분석, 수습대책 마련등의 면밀한 대응이 가능하여 피해를 최소화할수 있고
피해전의 정상국면에 재진입할수 있는 것이다.

베어링그룹 경영층의 위험관리 기능 부실이 그룹파산의 배경이 되었던듯
하며, 덕산부도에 발목을 잡힌 금융기관들은 많은 경우에 있어 여신심사
기능이 부실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효율적인 사고예방과 사고수습을 위해서 체계적인 위험관리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 베어링 사태나 덕산부도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훌륭한
교훈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