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재경원에서는 금년에 착수할 10개의 사업을 포함한 사회간접자본의
민자유치 기본계획을 발표하였다.

오랫동안의 진통 끝에 이제 민자유치의 길이 열렸다.

새정부 출범과 함께 민자유치 방침이 표면화되자 대기업들은 저마다
특별팀을 구성하여 국토지도를 펼쳐놓고 선점경쟁을 벌이며 사업의향서라는
것을 정부에 제출한바 있다.

정부측에서 요청한 것이 아니므로 선수를 쳐서 기득권을 갖겠다는 의도
에서였다.

정부도 민자유치는 많을수록 좋다는 잘못된 환상 때문에 이같은 기업간의
과열경쟁에 방관자적 자세를 취해 왔다.

민자유치 기본계획이 확정됨에 따라 그동안 재경원에서 쥐고 있던 공이
이제 소관부처로 넘어갔다.

소관부처에서 사업성검토와 세부시행계획을 세워 본격적으로 추진하도록
되었다.

그러나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아직도 길은 모호하다.

우선 금년도 사업으로는 10여개의 대형사업이 선정되었다.

동서고속전철 영종도신공항 고속도로등 사업비가 5,000억원이 넘는 사업
만도 6개나 된다.

이들 사업의 선정배경은 분명치 않다.

과연 정밀하게 우선순위를 분석하여 선정한 것인지.

어떤 사업은 지역주민을 달래기 위한 공약사업 같기도 하고, 어떤 사업은
전혀 수익성이 없어 보이는데 어떻게 민간기업들이 관심을 가질까 하는
사업도 있다.

이들 사업이 모두 대형사업들이기 때문에 누가 사업을 맡느냐에 따라
기업판도에도 엄청난 변화가 올 것이다.

벌써 영종도 고속도로 건설에는 13개의 대형건설업체들이 컨소시엄을 형성
하였다 한다.

뿐만 아니라 동서고속전철, 경인운하 등도 갑작스레 컨소시엄이 형성되고
있다.

사업규모가 방대하기 때문에 재원을 분담하고 투자위험을 분산시킨다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겠다.

그러나 속사정을 보면 대형사들의 나눠먹기식 담합의 냄새마저 난다.

그리고 항상 경영권을 움켜쥐는 것을 목표로 해온 우리네 기업풍토에서
재원조달, 정부와의 흥정, 부대사업 운영등 델리키트한 쟁점이 많은 민자
사업에서 "적과의 동침"이 과연 오래갈 수 있을까.

또 민자유치사업은 건설뿐만 아니라 운영 관리까지를 총체적으로 책임지는
개념인데 이에 대한 준비가 있는지 걱정스럽다.

다음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부대사업이 묘약이 아니라 독이 될수도
있다는 것이다.

민자유치법에 의하면 기본사업의 수익성이 맞지 않으면 부대사업이란 것을
허용하여 여기서 수익을 맞추도록 되어 있다.

이것이 처음부터 쟁점이 되어 왔다.

기업체들이 열심히 사업의향서를 제출한 것은 그 사업자체에 대한 관심보다
부대사업이란 덤으로 얻는 수익에 더 관심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부대사업의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고, 아무도 얘기해
주지 않고 있다.

이것은 주로 택지개발이나 관광지개발 허가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땅의 용도변경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관심이 부대사업에 있다면 본 사업의 추진에 지장이 있을 것이다.

원칙적으로 민자사업으로 적당한 것은 공익성이 미약하고 민간의 경쟁원리
를 도입할 경우 공공이 독점 추진할 경우보다 효율적인 사업이어야 한다.

만약 원칙없이 부대사업을 허용해 준다면 특혜로 인식될 것이다.

정경유착을 불러올수도 있다.

어느 정도의 부대사업을 허용해 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객관적 평가기준은
만들수 없다.

따라서 부대사업의 허용 또는 부대사업을 패키지로 한 민자사업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고 믿는다.

수익성이 있는 사업은 관에서 움켜쥐고 수익성이 없는 사업을 내놓으면서
부대사업이란 시드 머니를 얹어주겠다는 발상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다.

가령 철도사업의경우 철도건설과함께 부대사업으로 택지를 개발하여 분양
하였다면 철도운영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철도운영에서 계속 적자가 예상된다면(지금 거의 모든 철도와 지하철이
적자가 아닌가) 이것은 누가 보전해줄 것인가.

결국 정부가 부대사업이란 단물이 다빠진 부실기업을 인수할수 밖에 없지
않은가.

과거 외국에 이같은 선례는 많다.

아울러 민자유치사업의 추진이 지역개발에 도움이 될수 있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특히 지방정부와 합작으로 추진하는 방안에도 길이 열려야 한다.

민자유치사업은 이러한 대형사업보다 지방마다 특색있는 지역개발을 촉진
시킬수 있는 방향으로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지역차원에서 볼때 민자유치의 대상이 될수 있는 사업은 많다.

지방자치시대에는 지방정부도 경영마인드로 접근할 것이다.

또 지방정부간의 개발경쟁도 예상된다.

첫단추가 잘 채워져야 한다.

아마 민자유치사업이 금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실시될 것으로 예상
되는데 아직도 길은 먼 것만 같이 느껴진다.

준비가 덜 된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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