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사회의 직장이나 가정에도 대형컴퓨터나 퍼스널컴퓨터
(PC)가 보급되고 있다.

특히 케이블(CA)TV의 방영은 우리 사회에 멀티미디어시대가 개막될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우리는 멀티미디어시대를 향한 경쟁에서 낙오해서도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컴퓨터화된 사회가 인류가 그리던 "이상향"이라고 할 수
있을까에도 의구심이 든다.

모든 생물은 태어날 때의 감각기관에 따라 생활하게 된다.

마음도 사고도 모두 그 생활체험을 연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이 갖고 있는 환경세계에 대한 이미지는 포유동물중에서
비교적 예민한 시각과 보통인 청각, 그리고 상당히 둔한 후각에 의존
하게 된다.

따라서 사람은 기계의 도움으로 타고난 감각기관의 제약에서 벗어
나려 한다.

가령 망원경 현미경 레이더 전화 TV 라디오등은 이를 위한 기구들
이다.

이처럼 사람이 개척한 시각과 청각은 방대한 것이고 후각이나 미각은
좀 떨어지지만 여기에도 미량의 화학물질을 검출하는 센서라는 장치가
발명되었다.

문화평론가 마셜 맥루헌은 "전자 미디어에 의하여 신체가 확장된다"
고 말하여 갈채를 받았지만 "확장된다"는 말은 좋은 일 같으면서도
사실은 미디어에 의하여 감각이 변화되고 다시 짜여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컴퓨터는 역사상 지금까지 없었던 규모로 사람의 감각을
재조직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또 지금처럼 사람의 뇌와 컴퓨터를 직접적으로 연결시키려드는 상황
에서는 사람의 몸은 잘못하면 마크 코스다비가 그린 그림처럼 플라
스틱의 살결을 가진 밋밋한 물질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즉 사람이 사이보그가 되고 만다는 우려이다.

최근 미국의 애플컴퓨터사가 키보드 사용으로 인한 피해보상을 요구
하는 컴퓨터 사용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하였다 한다.

키보드 입력으로 팔목관절염등 근육경련이 생기고 소음과 강박관념
으로 정신적 중압감을 갖게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담뱃갑 옆에 붙어 있는 경고문 같이 "경고:키보드사용은
당신에게 정신적 신체적인 피해를 입힐수 있습니다"라는 글귀가
새겨질 가능성도 높다고 한다.

그러나 정보사회에서 키보드 사용자는 흡연자들 보다 훨씬 많고
또 흡연자처럼 금연하는등 사용하지 않을수도 없는 형편이다.

하루속히 키보드를 대체할만한 강력한 자료 입력수단이 개발되어야
겠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