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TV업계의 세계화전략에 있어 기본이 되는 것은 극일이다.

최첨단을 걷는 일본 가전업체들의 TV와 정면으로 승부를 걸어 이겨내야만
세계에서 당당하게 팔리는 제품으로 자리를 잡을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사실 그동안 국내 가전업체들의 해외 TV판매는 고기능 고가제품에 치중하고
있는 일본산 TV를 비켜가며 중.저가부문에 중점을 두어온 측면이 있다.

그러나 개방시대에 접어들면서 이런 차별화 전략이 설 자리는 점점
좁혀지고 있다.

이에따라 국내업체들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히 해온 고가.

고급품분야 TV개발에 승부를 걸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의 "월드 베스트전략"이나 LG전자가 추구하는 "바이폴라(최고급
아니면 최저가제품)전략"이 올들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은 이런 흐름을 잘
보여준다.

삼성전자가 최근 세계최고의 평편도인 2.0R, 최고의 수신감도, 최고의
음질및 화질등을 구현해 일본 유수TV회사의 제품보다도 질이 우수한 성능
으로 개발했다는 "명품TV"는 이런 전략을 구체화한 케이스다.

LG전자는 오는 4월 "아트 영상"을 통해 화질을 크게 개선한 신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주변 밝기에 따라 화면밝기를 자동 조절함으로써 화질을 획기적으로 개선
시킨 제품이라고만 알려져 있다.

대우전자는 최근 세계에서 독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차세대 화면표시기술
인 AMA(박막반사 영상표시장치)를 상품화하는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일본업체들이 독식해온 대형고가품 시장에서 단번에
20%이상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확보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상품화 시기는 내년초로 잡고 있다.

국내 업체들의 이같은 첨단 고기능제품 개발경쟁이 세계 최고의 전자기술을
자랑하고 있는 일본업체들의 두터운 "벽"을 허물어뜨리고 또하나의 D램
극일신화로 이어질수 있을 것인지 관심거리다.

< 이학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