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 돌아가는 꼴을 바라보는 국민의 심경은 실망 정도가
아니라 절망이라고 표현해도 모자랄것 같다.

만일 여기서 한 단계 넘어 외면하는 경지에까지 이른다면 정치뿐
아니라 나라 장래를 걱정하지 않을수 없다.

의원 개중에는 일이 꼬여도 너무 꼬여가는구나,조바심을 하는 양심파들이
적지 않으리라 짐작된다.

그러나 일종의 군중심리가 발동하면 자신의 행동은 무리속에 묻히겠거니
하여 그저 목소리 큰 몇 사람을 추종하는 것이 편하다는 무력중에
빠지기 쉽다.

그게 현실 같다.

덧없이 유산된 지난 제172회 임시국회가 제대로 했으면 얼마나
바빴어야할 국회였던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정부 여당이 하루가 급할세라 서둘러 내놓은 부동산 명의신탁 금지나
한은법 개정등 법안도 많았고,가뭄대책 북핵대책등 점검하고 건사해야
할 중대 현안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런데 2주동안 그에 관해 국회가 한 일은 무엇인가.

질의 몇마디 하고는 이내 무엇이 중요 안건인가는 아랑곳하지 않게
여.야가 돌변했다.

자신들의 신분이 국사를 다루는 국회의원인지,계통의 지시면 비상식적
행위라도 서슴없이 저지르는 사조직의 대원인지 혼동할 만큼 한쪽은
주거점령에 인신납치,또 한쪽은 의안의 날치기 처리로 협박하면서
회극인지 비극인지를 공연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회가 연극하고 국민은 관극을 해도 좋을만큼 나라 형편이
태평성대인가.

구태여 북한의 동향을 들먹일 것도 없다.

정국불안에서 오는 투자심리의 위축등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보다
우려되지 않을수 없다.

벌써 여러군데서 주춤하는 기미가 감돌고 있다.

열기를 띠던 지난해 기업의 설비투자 의욕이 올들어 둔화의 징후를
보이기 시작했다.

증시의 침체는 내외에 악재가 겹쳐 그렇다 치더라도 기업의 투자의욕은
그와도 성격이 다르다.

지금처럼 국제경쟁이 첨예화된 산업사회에선 더욱 기업의 투자가
국가경제를 끌고가는 원동력이다.

그러나 기업의 투자의욕은 정부의 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그 정부정책의 기조란 다름아닌 정치의 역학적 구조속에서 형성되고
조정되며 소멸한다.

따라서 기업으로 하여금 단기 중기 장기로 효율적인 투자계획을
입안하고 달성해 나가게 하려면 한마디로 예측가능한 정치가 돼야
한다.

여.야 불문,일관성있는 기조위에서 국민이나 기업인이 깜짝깜짝
놀라지 않고 예상한 방향으로 미리 준비하며 나가도록 하는 정치가
정말 잘하는 정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