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친군 필요가 없다.

사람들 만날 이유가 없다.

I''m a netizen.

예의란 내게 의미가 없다.

모뎀만 있으면 단말기만이 나의 영원한 친구."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는 "네티즌"이라는 대중가요의
노랫말이다.

이 노래를 둘러싸고 최근 컴퓨터 통신망에서는 작은 소란이 일고 있다.

컴퓨터 통신 회원들의 사고와 행동중 지나치게 부정적인 측면만을 부각해
노래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측과 현재 통신망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비교적
정확하게 지적한 것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컴퓨터 통신은 네트워크에서 살아가는 네티즌을 탄생시켰지만 사람들은
새로운 환경속에서 기존에 지켜왔던 도덕율을 쉽게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근세들어 도시화가 진행됐을때 농촌을 떠나 도시로 몰려든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쉽게 알아보지 못한다는 익명성과 분자화된 개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현실앞에 과거의 예절과 윤리를 빠른 속도로 내팽겨쳐버렸다.

네티즌은 자신의 모든 것이 비트(bit)로 처리되는 디지털화된 세계에서
사용자번호(ID)라는 두꺼운 가면을 쓰고 평소에는 하지 못하던 행동들을
거리낌없이 해버린다.

상대방의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되며 자신의 행위가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탈선의 유혹을 쉽게 받는다.

집단적인 언어폭력과 불건전한 얘기들이 온라인을 통해서 세상에 퍼지고
있으며 직접 사람을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모니터앞에만 앉아있는 흩어진
개인들을 양산해내고 있다.

최근들어 네티즌들이 지켜야 할 "네티켓"을 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정보사회의 핏줄인 통신망을 도시의 슬럼가 뒷골목으로 만들어서는 안되며
새로운 환경에 맞는 도덕율을 만드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몫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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