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과 민주노총준비위원회(민노준). 현재 국내 노동계는 이들
2개조직이 양분해 이끌어가는 형국이다.

한국노총은 오래전부터 정부로부터 상급노동단체로 인정받으며 노동계
에서 독점적지위를 누려온 제도권 조직이고 민노준은 제2의 노총건설을
추진중인 재야노동단체들의 결집체이다.

이들의 노동운동 목표는 산하 단위노조의 권익향상이다.

단위사업장들의 교섭능력을 높이기위한 임금및 단체교섭지침을 마련하는
일에서부터 근로복지개선등 정책,제도개선을 위한 정부 건의등은 이들의
몫이다.

실제로 이들은 이같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 노동단체는 노동계의 주도권을 잡기위한 헤게모니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서로 조직력확대를 위해 선명성 경쟁을 벌이며 상호비방을 일삼기때문이다.

최근 노총의 임금합의거부선언은 노동계에서의 우위확보를 위한 선명성
경쟁의 대표적인 예로 볼수있다.

노총은 지난93년 이후 2년동안 국가경쟁력강화와 임금및 노사관계안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경총과의 임금합의에 나섰다.

그러나 노총은 지난해 11월17일 임금합의는 조합원들의 반발이 워낙
거세 더이상 지속할수 없다며 단독임금인상안을 내겠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이같은 노총의 태도변화를 노동계에선 재야노동단체와의 선명성경쟁을
위해 내놓은 고육책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노사자율정착과 임금안정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임금합의를
노총이 하루아침에 포기한 이유는 재야노동단체를 의식한 때문이다"
(노동부 K국장)

재야노동단체들이 노.경총간 임금합의를 근로자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밀실야합"으로 규정,지난해초부터 전국사업장을 대상으로 임금합의
반대서명운동을 벌여왔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기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란
분석이다.

상급단체들간의 헤게모니싸움은 이밖에도 여러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노총이 지난해 조건없는 노동계 대통합을 민노준에 공식제의했을때
민노준은 조건부 수락방침을 밝혔다.

민노준은 대통합의 전제조건으로 <>노.경총간 임금합의를 한것에
대해 노동자에 사과할것 <>국고보조 받지말것 <>국제노동기구(ILO)가
제기한 복수노조허용등에 대해 전향적 태도를 취할것<>4.13호헌지지등
과거를 청산할 것등을 제시했다.

물론 노총으로선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들이다.

결국 노동계 대통합 제의는 선언만으로 끝나고 말았다.

"노동계 대통합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노총이나 민노준
모두가 잘알고 있다. 다만 선명성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위한
힘겨루기에 불과하다"(노동부 S과장)는 분석은 설득력 있게 들린다.

최근 이영복현대자동차노조위원장이 제3의 노총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도 따지고 보면 제살깎아먹기식의 노동운동에 싫증을 느낀 단위노조들의
불만의 표출로 볼수있다.

그는 "기존의 한국노총이나 재야노동단체의 민주노총준비위원회(민노준)는
조합원들의 실질이익은 외면한채 주도권을 잡기위한 헤게모니싸움만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급노동단체들이 산하노조 근로자들의 근로조건개선에는 관심이 없고
이들 조직을 이끄는 일부 간부들의 입지확보를 위한 주도권 싸움에만
주력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대부분의 단위노조들은 "임금이 많이 오르고 회사에서 근로복지만
제대로 개선해준다면 그것으로 족하다"(인천 부평공단내 S사C위원장)고
생각한다.

"상급노동단체들은 이념이나 운동방향이 서로 다르더라도 각 회원사들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삼아야할 것이다. 상급단체만의 이익을 추구해서는
단위사업장의 피해만 커진다"(K중공업 C노조위원장)는 불만도 그래서
나온다.

단국대 이규창교수는 "노동운동하는 사람들이 조합원의 실질이익이나
국민경제를 생각하지 않고 너무 감정에 치우쳐 집단이기주의로 나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는 주도권 다툼을 위한 집단논리에서 탈피해 전체 국민이
풍요로울수 있는 생산적이고 건전한 노동운동을 펼쳐야 할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동계가 발전하기위해선 이같은 대립구도는 당분간 거쳐야할
필연적 과정이란 시각도 있다.

광운대 윤성천교수는 "노동계내의 싸움은 조직분열만 가속화시키고
양쪽 모두에 도움을 주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하고 "그렇다고
노동단체가 무조건 타협하는 것보다 선의의 경쟁 과정을 거치는 것이
노동계의 발전을 위해 오히려 도움이 될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정부가 재야노동단체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노력을
기울여야만 노동계의 통합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 특별취재팀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