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노사관계가 걱정되는 가운데 한국노총은 지난 2일 중앙위원회를
열고 올해 임금인상률을 통상임금기준 12.4%로 요구한다고 발표했다.

93년과 94년 2년간 노총과 경총은 중앙단위의 임금협상과 사회적
합의도출이라는 귀중한 경험을 쌓은바 있다.

중앙단위의 사회적 합의가 실제로 개별기업의 임금협상 지침으로서의
실효성에 의문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는 노사간 대화와 타협의 산물일뿐 아니라 임금안정과
산업평화를 이루어낼 가능성을 모색할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노총은 이미 올해에는 사회적 합의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임금인상 요구율을 단독안으로 제시하게 된것이다.

박종근 노총위원장은 이날 화의가 끝난뒤"앞으로 정부나 경제단체가
임금수준이나 정책.제도 개선분야 등에서 납득할만한 대안을 내놓을
경우 사회적합의 재개여부를 결정하겠다"고 기자 간담회에서 밝혔다.

사회적합의거부방침이 바뀐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대화와 타협의
가능성이 있는것으로 믿고자 하며 무조건 대화재개를 촉구하고자
한다.

임금문제를 비롯한 노사문제가 노와 사 어느 일방의 요구나 주장으로
결정되어서는 안된다.

이는 상식이다.

노사는 조건없이 만나야하고 대화와 양보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서부영화에는 선과 악이 분명하다.

어느 일방이 이기고 관객은 그걸보고 박수를 보낸다.

노사관계는 선과 악의 관계가 아니다.

어느 일방의 주장이 다른 주장을 압도하는 결과에 대해서도 관객인
국민은 박수를 칠수 없다.

모두가 이기는 합리적 타협의 결과에 박수를 칠 뿐이다.

노총은 인상요구율 12.4%가 올 경제성장률 7%에 물가상승률 6%를
더하고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최대한 감안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과거 경총과 노총이 제시한 임금인상률은 그 차이가 컸다.

예컨대 88년의 경우 경총은 7.5~8.5%,노총은 29.3%,92년에는 경총은
4.7~6.7%,노총은 16.8%를 제시했다.

그러나 93년에는 그 격차가 크게 줄어 경총이 4.5%,노총이 12.5%를
제시했었으며 중앙단위 사회적합의는 4.7~8.9%였다.

94년에는 경총이 3.2~6.1%,노총이 6.6~10.5%를 제시하여 5~8.7%의
사회적합의를 도출했다.

노사간 임금협상이 그만큼 성숙되어온 것이다.

노총이 사회적합의를 재개할 것인지,경총이 어떤 인상률을 제시할
것인지 두고 봐야 할것이지만 물가상승이 임금인상으로,그게 다시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은 결단코 막아야 한다.

생산성을 뛰어넘는 임금상승이 지속되는 상황이 계속되면 어떤 경제도
지탱할수 없다.

우리의 노사간협상,특히 임금협상에서는 한쪽이 손해를 본만큼
다른쪽이 이익을 얻는,그래서 손해보지 않기 위해 더많이 얻어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다시말해 노사협상은 제로 섬 게임이라는 시각이었다.

그런 시각은 노사모두를 파탄으로 이끈다.

생계비상승,회사의 지불능력,국민경제의 국제경쟁력 이 모든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임금안정이 우리가 국제경쟁에서 버틸 유일한 길임을 인식해야
한다.

임금수준의 높고 낮음보다 생산성이 임금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을 막아야 하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