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우려하던 일이 파생금융상품시장에서 터졌다.

1762년에 창립되어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베어링 은행이 20대 청년
한사람의 실수로 파산위기에까지 몰리게 된 것이다.

아직까지 정확한 손실액은 추산하기 어려우나 현재까지 알려진바에 의하면
6억파운도(7,800억원)에 달해 이 은행의 자본금을 완전히 잠식할만한 규모로
확대되고 있다.

3월 둘째 주일에 걸리는 결제일이 되어야 알겠지만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 은행이 구제에 개입하지 않는한 이 손실규모는 게속 확대될
전망이다.

사건의 전모는 닉 리슨(28)이라는 청년이 아직 도피중이어서 확실하지는
않다.

그러나 대체로 짐작해보면 그는 일본증권시장이 상승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3월물로 일경225지수에 선물매입계약을 4,400억엔을 투자했으나
고베 대지진사태로 일본증시가 폭락하게 됨에 따라 큰 손실을 입게
된것이다.

이번 사태로 일본 증시 뿐만 아니라 세계증권시장이 폭락하여 그
손실폭은 더욱 커지게 되었다.

싱가포르 지점의 한 사원이 저지른 일이 세계적인 대사건이 되어
버린 이 사건은 내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주가지수선물이 거래된다는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보여준다.

최근에 선물을 비롯한 옵션,스와프,선도( forward )등 유가증권
금리 외환등 각종 파생금융상품거래가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고
이에대한 우려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실물거래에 비해 아주 낮은 증거금(5~15%),일정 결제일에 매매차손익을
결제하여 큰 자금이 필요하지 않는 대신에 막대한 매매차익을 노릴수
있기 때문에 선물거래는 실물 거래를 능가하는 수준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더구나 실물거래가 번잡하고 감독과 규제가 강한데 비해 선물거래는
80년대에 본격적으로 보급되어 역사가 짧을 뿐만 아니라 옵션,스왑등과
결합하며 수천종의 신상품이 개발되고 있기때문에 감독과 규제가
아주 어려운데 문제가 있다.

당초 선물거래는 실물거래가 갖는 매매중복선택의 오류나 시기판단착오등의
위험을 보전( hedge )할수 있는 거래로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거래특성상 투기거래로 변하는 경우가 많아 각국의 거래소나
감독당국의 골머리를 썩게 하였다.

최근 3년간 세계 증권거래소연맹회의(FIBV)나 증권감독기관(IOSC)회의
등에서 파생상품규제에 관한 논의가 계속되어 왔고 급기야는 국제결제은행(
BIS)에서도 이에 대한 규제책을 논의하고 있다.

4월에 열리는 희의에서는 금융파생상품에 대한 규제를 위해 세계
26개국의 중앙은행이 모여 공동통일기준을 만들고 이 시장의 안정성과
투명성을 위해서 상품매매통계를 공개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앞으로 파생금융상품거래에 관련된 업무감독을 강화할
것을 발표하고 있다.

연평균 증가율 150%가 넘는 급속성장을 보인 세계적인 파생금융상품
거래가 일으킨 문제는 베어링은행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전세계증권시장을 폭락시킨 암흑의 화요일( Black monday
)도 선물거래와 현물거래간의 차익거래에서 일어났다.

또 작년말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근교 오렌지카운티의 지방재정관이
선물거래실패로 지방재정을 파산시키기도 했다.

많은 증권회사가 딜러들의 실수로 파산하고 있고 일본증시에서는
선물거래도입초기에 외국 증권회사에 엄청난 매매차익을 얻게 한바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외환선도거래로 1989년 한 지방은행은 자본금
의 70%를 실로 날려 버렸다.

현재 우리나라의 파생상품거래실적은주로 외환선도거래에서 4,500억달러규
모인데 매년 50%이상 증가하고 있다.

아직 초창기여서 문제가 적다고 하지만 최근 외환시장이 급변화는
실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손실이 확대될 염려가 많다.

특히 전문딜러가 충분하지 않고 경험도 많지않아 관련 인력강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베어링사태의 파문은 전세계증권시장을 폭락시켰지만 예상한 만큼 크지는
않았다.

각국 증권시장이 1.5~3%의 하락을 보였다.

이것은 앞으로 이 사태가 잘 해결될수 있다는 낙관론과 손실규모를
모르는 상황에서의 무지가 합친 결과라고 할수있다.

베어링자산관리회사는 투자신탁인 관계로 실물을 은행이 보관하고
있으며 선물의 경우 1일정산을 해왔으므로 영업정지전까지는 문제가
없었다고 할수있다.

만약 결제일에 가서 문제가 생기면 오사카와 싱가포르의 결제기구에서
청산문제가 생기는데 중앙은행과 각 증권회사에서 협의하여 보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비하여 각국에는 투자자보호기금이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없고 대시 위탁손해배상준비금이 일부 있음)이렇게 막대한 손실을
보전하기 어려우므로 공동출연이 예상된다.

우리나라에 대한 피해는 베어링한국지점의 재산상태가 좋고 인출금지에
따른 유동성문제외에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증권시장에 투자했던
외국인들이 해외에서의 피해를 보전하기 위해 국내투자분을 회수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할것이다.

그러나 외국인투자실적이 아직 8%미만인 것을 고려하면 큰 충격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해외증권시장의 영향에서 우리도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인식하고 선물거래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는 학습효과가 있기를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