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을 살리자"는데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면서 남산을 살리는데 동참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않다.

남산을 살리자는것은 결국 남산을 산으로서의 구실을 하게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남산을 흉칙하게 파고든 건축물을 헐어내고 원상을 회복시키는 일,
남산을 가리고 선 고층건물 높이를 낮추거나 새로 짓는 건물의 높이를
제한하는 일, 남산에 들어찬 수목을 공해로부터 보호하고 생태계를 되살리는
일을 정부주도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남산을 살리는 일의 전부인양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런것들은 남산을 살리는 아주 기초적인 일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남산을 오르는 시민들의 애정이다.

나무를 사랑하고 산을 아끼는 애정이 없이는 남산은 살아나지 않는다.

남산의 저녁시간을 보자.

도서관 입구, 과학관 앞마당 할것없이 팔각정에 이르는 곳곳에는 데이트를
즐기는 승용차가 무더기로 서있다.

그런데 이들 승용차나 버스들은 하나같이 엔진을 끄지 않고 매연을 뿜어
내고 있다.

우리보다 10분의1정도 공기오염도를 갖고 있는 미국에서는 대기오염방지법
을 제정하여 3분이상 정차하는 차량은 반드시 시동을 끄게하고 이를 어길
경우 벌과금을 부과한다.

지난 여름 설악산에 가는 길에 백담사를 들른적이 있다.

왕복버스 한대만 운행하고 그나마 절입구까지는 아예 차량진입을 막고
있었다.

그런데 걸어서 한시간 길도 안되는 남산에 차량진입을 허용하는 것은
남산을 살리자는 본래의 취지에 어긋난다.

성수대교가 무너졌을때 장안이 떠들썩했다.

그러나 그것은 2~3년이면 원상회복이 가능하다.

구조물을 헐어내고 산모양을 반듯하게 하는것도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2~3년이면 가능하다.

그러나 산으로서의 남산이 우뚝 서는데는 수십년의 애정을 쏟아부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남산 살리기를 추진해 주기를 바란다.

이병재 < 금강철강 부사장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