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기관은 안전한가". 영국베어링사가 금융파생상품거래실패로
파산위기에 빠지자 은행등 국내 금융기관의 파생상품거래위험성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은행등 금융기관들은 당장은 베어링사와 같은 대규모손실을 입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해마다 파생상품거래가 늘고 있어 그에따른 위험성도 증가하고
있다는게 일반적이다.

특히 오는 96년 국내에 금융선물시장이 개장되면 파생상품거래에
따른 위험성은 더 커질것이 분명해 어떤 식으로든 안전장치를 마련해야한다
는게 중론이다.

은행관계자들은 일단 국내은행들이 베어링사와 같은 대규모손실을
볼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들은 우선 국내은행의 파생상품거래규모가 외국회사들에 비해
극히 작다는 점을 들고 있다.

선물환의 경우 국내 은행의 거래실적은 은행당 50컨트랙트(계약단위)로
외국은행(2만컨트랙트)의 2천분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손실에 대한 제어장치가 비교적 튼튼하다는 점도 관계자들이
안전성의 요인으로 꼽고 있는 점이다.

국내은행들은 펀드매니저 1인당거래및 손실한도와 월간 손실한도등을
설정해놓고 있다.

만일 이 한도를 초과할 경우엔 자동적으로 손을 떼도록 이중삼중의
장치를 설치해놓고 있다는 것이다.

또 베어링사와 같이 투기적거래가 거의 없다는 점도 안전성을 자신하는
요인이다.

외환은행의 한 관계자는 "베어링사와 같이 대규모 회사의 경우 위험을
회피할 목표(헷지거래)보다는 돈을 벌 목적(투기거래)의 거래가
상당하다.

반면 국내은행들의 투기거래는 극히 미미하다"며 대규모 손실을
볼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베어링사와 같은 대규모는 아니더라도 은행들이 파생상품거래로
인한 손실을 입을 가능성은 상존해있다는게 일반적 시각이다.

우선은 파생상품자체가 위험성을 안고있는 거래라는 점에서다.

파생상품이란 기본적으로 미래의 환율이나 금리변동을 예측하고
거래하는 것이다.

만일 예측이 빗나간다면 상당폭의 손해는 불가피하다.

아직은 소규모이긴 하지만 파생상품거래가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는
점도 대규모손실가능성을 예측케 하는 점이다.

지난해 국내 외국환은행들의 파생상품거래실적은 총4천4백70억달러(하루평균
18억1천만달러)에 달했다.

지난 93년(2천7백88억달러)보다는 51.5%나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 91년만해도 총1천5백억달러에 불과했던 거래가 불과 3년만에
3배가까이 늘어났다.

거래가 급격히 늘어난 것에 비례해 손실위험도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중에는 투기를 목적으로한 거래도 상당수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 "파생상품거래는 펀드매니저가 하기 나름"이라는 통설도 위험성이
상존한다는 주장의 근거다.

아무리 1인당 투자한도나 손실한도를 설정해 놓았더라도 펀드매니저가
이를 초과해버리면 당장 이를 제어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지난 89년 3백억여원에 달하는 환차손을 입은 광주은행도
한 펀드매니저의 무리한 욕심이 원인이었다고 지적한다.

파생상품거래에따른 위험성을 고려할때 국내 은행들도 이에대한
대비책을 서둘러야한다는게 중론이다.

전문가를 양성하고 파생상품거래를 늘리되 위험성을 방지할 대책도
함께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때 영국 베어링사의 투자실패는 미개척지인 파생상품거래에
임하는 국내은행의 자세를 되새겨볼수 있는 경종이 된것만은 분명하다.

<하영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