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장진출은 축구장에서부터"

삼성 프로축구단이 오는 8월 정식 설립돼 내년부터 정규리그에 출전한다.

삼성의 축구단 출범 발표에 민감한 반응 보이고 있는 회사는 현대자동차와
대우자동차.

호랑이 축구단과 로얄즈 축구단을 통해 자동차 홍보를 톡톡히 하고 있는
두 회사는 삼성그룹의 축구단 출범을 자동차 시장에서 벌어질 싸움의
전초전으로 보고 있는것.

이 회사들은 오는 98년 삼성의 승용차시장 진출에 앞서 축구장에서 부터
물러설 수 없는 경쟁구도를 맞게 된 셈이다.

삼성이 축구단을 창단키로한 이유는 간단하다.

후발업체로서의 핸디캡을 인기스포츠를 통해 극복해 보자는 것.

중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스포츠를 활용해 신규시장에
"연착륙"하겠다는 전략이다.

스포츠가 기업의 중요한 마케팅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은 최근 기업들
이 스포츠단 운영을 늘리는데서 잘 나타난다.

삼성그룹은 각 계열사별로 스포츠단을 운영해 "1사1단"체제를 갖출 계획
이다.

LG그룹 대우그룹 동양그룹등은 올해와 내년중 농구단을 창단키로 했다.

움직이는 광고판을 이용해 소비자의 마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광고성"대회명칭이 최근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같은 경향을 보여주는
사례다.

작년까지 점보시리즈로 불렸던 농구대잔치가 올해 부터 "012배 농구대회"로
바뀐게 대표적 예다.

"012"는 무선호출 사업을 하는 한국이동통신의 서비스호출번호다.

이 회사는 최근 무선호출기 구매가 크게 늘고 있는 청소년층에 농구경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스폰서로 참여했다.

대회명을 "012배"로 바꾸는 대신 4억원을 농구협회에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선호출시장이 지난 93년10월부터 경쟁체제로 전환되면서 회사 홍보의
필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스포츠를 광고로 연결시키고 있는 것.

지난해 부터 시작된 프로축구의"하이트배"대회나 "아디다스 컵"대회도
같은 케이스다.

구단을 직접 운영하면서 소속 선수들에게 자사제품 선전문구를 단 경기복을
입히는 것은 이미 보편화돼 있다.

이처럼 새로운 PR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스포츠 광고의 효과는 얼마나
될까.

단순 비교 대상은 아니지만 어느 매체보다도 높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삼성그룹 스포츠단 이경원과장).

인기 종목의 주요 대회 결승전 시청률은 평균 20%에 육박한다.

인기드라마 시청률과 맞먹는 수준이다.

게다가 시청 집중도 면에서도 뛰어나다.

방송 프로그램 중간에나오는 광고가 시청자들에게 쉬는 시간을 제공하는
측면이 있는 것과는 달리 운동경기중에는 온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어
그만큼 효과도 크다.

광고비용면에서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효율적이다.

예를 들어 현재 방송3사의 최고 시청률을 보이는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평균 광고비는 1회(15초기준) 4백79만원이다.

농구 경기 중계가 1시간정도 진행된다고 할 때 이 가격으로 치면 11억4천
9백만원이나 된다.

운동경기단 하나를 운영하는 비용이 연간 평균 20억원정도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꽤나 "남는 장사"를 하는 셈이다.

이문호LG그룹 회장실 사장은 "하루 신문광고비용만으로도 4~5억워너이 넘게
들어갈 때가 많다"며 "이같이 매체광고에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스포츠단 운영비는 오히려 싸게 먹히는 셈"이라고 말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팬들의 확보다.

운동경기단의 팬이 생긴다는 것은 "구전광고요원"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청소년 팬들은 특정 팀의 팬 클럽을 운영하기도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무보수의 광고요원"이자 "영원한 고객"이 확보되는
셈이다.

물론 무조건 스포츠단을 운영한다고 광고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연승하는 팀은 주목을 받지만 성적이 시원찮을 경우 별 관심을 끌지
못한다.

하위권에서 맴돌면 기업 이미지까지 나빠진다.

각 기업들이 스카우트 파문을 일으키면서까지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우수
선수 확보에 집착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물론 스포츠단 운영은 광고나 마케팅만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

비인기종목의 경우 사회체육 육성 차원에서 경기단을 창단한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등 국제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 국위를 선양할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기업들의 이같은 지원 덕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영업적 효과는 내재한다.

지난해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협회장을 맡고
있는 레슬링이 좋은 성적을 거두었을때 삼성의 제품판매가 전반적으로
증가했었다는 자체분석도 있다.

스포츠를 이용해 광고효과를 거두려는 기업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의 프로화가 활성화되면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사람이 모여드는 곳에 시장이 생기는 것처럼 스포츠는 대중화될수록
기업들의 좋은 사냥감이 될것이란 얘기다.

< 조주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