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대로 한국노총이 강성 투쟁노선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올해 중앙단위 임금합의 성사여부와 관련해 관심을 모았던 지난
23일의 노총 정기대의원대회는 예상대로 노.경총간 임금합의를 거부키로
결의했다.

내달 2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최종결론을 내린다고는 하지만 대의원들이
표결을 통해 결정한 사항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임금문제뿐 아니라 노총은 이번 대회에서 우려할만한 또 한가지
매우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오는 6월의 지자체선거부터 조직력을 총동원해 현장 정치활동을
전개한다는 결의가 바로 그것이다.

노총의 이같은 결의는 노조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노동조합법 12조에
대항하는 불법적인 정치활동을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으로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노조의 정치활동선언은 물론 처음있는 일은 아니다.

노총은 과거 첫 지방의원선거에서도 자체후보를 내겠다고 선언했었지만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이번 결의는 선언적 의미에 그치지 않고 노동자정당 결성의
필요성과 함께 조직적 선거운동을 전개할 계획임을 밝힌 것이어서
어떤 형태로든 정부와의 정면대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동안 중앙단위의 단일 임금협상을 둘러싸고 빚어졌던 노사갈등은
예기치 않게 정치참여문제를 둘러싼 노.정 갈등이 겹쳐 이제 더욱
풀리기가 어렵게 됐다.

노동계의 역학구조 경제여건 노총의 지자체선거 참여등 갖가지 변수가
상승작용을 일으켜 올해 노사관계는 불안해질 가능성이 어느때보다
커진 셈이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노조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노동조합법
12조는 노총이 헌법재판소에 위헌신청을 했으나 "합헌"결정이 내려졌던
조항이다.

그런데도 노총이 제2노총 추진세력과의 정치적 선명성경쟁에 휘말려
법을 어기면서까지 정치투쟁을 하고 나설 경우 이는 결코 묵과될수
없는 일이다.

노총의 강경자세와는 대조적으로 정부와 경총은 "노총외의 다른
노동단체는 대화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천명했다.

뿐만 아니라 제도적 개선에도 적극 나서 노총이 정책협의와 정책추진과정
점검에 참여할수 있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내놓고 있다.

이제 노총이 대화에 복귀할수 있는 명분은 충분히 주어졌다.

노총은 노조운동의 경제주의 물결을 거슬러 국민모두를 불안케 하면서까지
자신의 입지를 벼랑으로 몰고갈 이유가 없다.

노.사.정 3자는 이제 결연한 마음가짐으로 대승적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일이 올해 우리경제의 최우선 현안이 되었음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