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택 < 주중대사관 경제조사관 >

중국은 12억이란 큰 인구를 갖고 있다.

경제적으로 볼때 이 큰 인구는 거대한 생산자로서의 기능을 한다.

중국은 세계 제일의 식량생산국이요 석탄생산량도 가장 많다.

공업의 기초가되는 철강생산량도 으뜸이다.

중국에서 만든 제품은 뉴욕이나 파리는 물론 동경에서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중국의 제품과 거대한 생산력은 전세계 기업으로 하여금 위협을 느끼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더하다.

이에따라 중국이 우리를 따라오지 못하도록 막고 가능한한 기술이나 자본의
이전을 하지 말자는 애기도 나오고 있다.

한때 유행했던 부메랑효과를 방지하자는 논의이다.

그러나 중국현지에서 보면 중국과의 관계에서 부메랑효과를 걱정하는
것은 자기도취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수있다.

중국은 우리나라외에도 세계각국과 투자및 기술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중투자는 중국이 유치한 전체투자액의 1%미만에 불과해
우리힘으로 중국의 추월을 막는다는 것은 애시당초 말이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가 해야할 일은 거대한 중국의 생산기반을 무서워하는데서
벗어나 중국의 산업발전을 우리의 기회로 활용하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중국시장을 십분 활용하자는 얘기다.

중국은 개혁.개방정책시행이래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이에따라 국민소득도 늘고 소비수준도 크게 향상되고 있다.

중국도시주민 1백가구당 TV보급대수는 1백15대이며 세탁기는 86대, 냉장고
는 56대에 달하고 있다.

중국의 생활수준과 구매력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더우기 중국경제는 최근 3년 연속해 두자리수의 고도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정치적인 변수는 있지만 앞으로도 상당기간동안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12억소비자의 중국시장이 갖고 있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다.

산업특성상 중국현지생산이 유리하면 빠른 시일내에 공장을 이전토록 하고
공동기술개발및 생산체제구축도 적극 검토해야할 부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대중진출을 확대하는데는 제약요소도 많이 있다.

첫째 선진국에 비해 우리의 대중진출속도는 매우 뒤쳐져 있다.

중국시장에는 오래전부터 미,일,유럽연합(EU)국가들이 진을 치고 있다.

중국인은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까닭에 오랜 친분관계나 거래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수교된지 2년만짓할뿐인 우리로서는 그만큼 불리할수 밖에 없다.

둘째 홍콩 대만등지의 화교들이 중국대외교역의 40%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에서의 사업에 가장 중요한 인맥관계(관계.꾸안시)를 활용해
거래함으로 우리에 비해 크게 유리한 입장에 있다.

우리가 이와같은 제약을 극복하고 중국시장에 효과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
는 긴 안목을 가지고 투자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우리의 대중투자는 현재까지 제3국에 대한 수출을 목표로한 소규모 투자가
대종을 이뤄왔다.

앞으로는 12억 중국내수시장을 겨냥한 전략산업에의 투자를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우리업체가 TV,VCR등 전자제품을 중심으로 중국내수
시장을 노린 대규모 투자를 확대해 나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중국정부가 정책상 국내산업에 대한 영향을 고려해 내수를 위한 투자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나 산업부문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점차
허용폭을 확대할 움직임이어서 이의 적극적인 활용이 요구된다.

또 자동차산업의 경우와같이 먼저 부품생산을 허용하고 적절한 시기에
완성차진출을 허용한다는 방식의 단계적개방정책을 실시하는 분야도
있음으로 이에 맞춰 차근히 진출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것이다.

중국경제가 21세기 세계최대규모로 확대된다는 세계은행등의 예측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는 점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대중투자를 보다 착실히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