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채자금의 양성화를 위해 대금업법을 만들고 있다는 소식에
전국상호신용금고연합회는 이법의 제정을 반대하고 나섰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 10월 대금업법 입법화를 검토하겠다고 했고
정부당국의 의뢰를 받은 한국금융연구원은 조만간 연구결과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사채자금 양성화는 한국경제의 오랜 숙원과제였다.

72년의 "8.3조치"와 82년의 장영자 어음사기사건 이후 사채시장
정비조치가 있었지만 단자회사 상호신용금고 신용협동조합이 설립되었을
뿐 사채시장은 계속 온존해왔다.

93년 금융실명제 실시로 자취를 감추거나 위축될 것으로 기대됐던
사채는 시중 자금사정이 어려워질 때마다 변칙적인 급전융통수단으로
오히려 성업을 누려오고 있는 것이다.

사금융 자체는 현재 분명 불법이다.

그러나 그 규모가 수조원에서 10조원을 넘을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일반서민과 중소기업의 각종 자금수요를 은행을 비롯한 제도금융권이
충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사금융은 제도금융권의 혜택을 받기 어려운
일반 서민과 중소기업의 자금수요를 도와주고 있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사채시장을 그대로 방치해 둘수는 없다.

지하자금을 양성화해서 금융실명제를 완결하는 한편 사채업자로부터
횡포를 당하는 중소기업과 일반서민을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사채양성화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는 정부당국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대금업허용은 지하경제의 온상이었던 사채시장을 합법화해주는 것이다.

사채양성화가 가능하려면 사채업자들이 이에 호응해야 한다.

문제는 돈의 과거를 어떻게 물을 것인가다.

사채업자의 돈도 과거를 물어야 하지만 이 경우 사채양성화율은
낮을수 밖에 없고 사채시장은 여전히 필요악으로 존재할 것이다.

과거를 묻지 않는다면 자금출처 조사배제라는 특혜를 주게 된다.

바로 이 점이 딜레마다.

대금업을 허용하는 경우 허용금리수준과 대금업자 감독방법도 중요한
관심사다.

이 제도는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덜어주는 효과는 클것이지만 신용금고등
소형 금융기관의 재편을 촉진시킬 가능성도 크다.

이는 오히려 바람직한 사태진전일수 있다.

대금업법 제정문제와 관련해서 근본적으로 생각할 것은 은행등
제도금융의 발전을 가속화하는 노력이다.

대금업이 합법화된다고 해서 사채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과 영세 사업자가 돈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웠으면 가계수표할인
당좌수표할인 카드할인 자동차담보대출 전세담보대출 일수 등의
다양한 금융기법이 개발되고 이용되었겠는가.

대금업제도는 검토해볼 가치는 충분하다.

앞으로 활발한 논의가 있어야 할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