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석자 : 김정흠 < 물리학박사 >
김형오 < 국회의원 >
이헌조 < LG전자회장 >
송병남 < 유니온시스템사장 >

<> 김의원 =우리는 19세기 제도속에서 20세기 선생이 가르치고 21세기
아이들이 배우는 기형적인 교육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폐쇄적이고 주입적인 그리고 성적위주인 교육환경에서는 아무리
천재라고 하더라도 빌 게이츠가 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교육의 민주화 개방화 다양화가 요구되는 시점이 됐다고 생각
됩니다.

멀티미디어 시대에는 개인의 의견이 컴퓨터를 이용해 직접 전달될 것을
간파한 미국의 앨 고어 부통령이 문서를 없애고 컴퓨터를 이용하는 전자
정부를 구현한다고 나섰습니다.

멀티미디어가 발달해 고대 그리이스의 직접민주정부가 다시 재현되는
때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 이회장 =이처럼 교육과 정치가 시공을 초월하는 때가 되면 인간의
움직임이 줄어들며 육체적 운동이 부족해져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게 될 것입니다.

대의정치가 민주정치의 골격이 되어 있는데 컴퓨터를 이용해 직접투표하는
시대가 오면 멀티미디어가 가지고 있는 힘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도 많을
것입니다.

이와같은 부작용에 대한 준비도 필요한 때가 됐습니다.

<> 송사장 =작년에 포츈지에서 "일본은 결코 겁나지 않는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주요 내용은 멀티미디어시대에는 창의력이 풍부한 인간이 필요한데 일본의
교육형태로는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볼때 우리도 빨리 멀티미디어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개혁을 하지
않으면 우리의 산업경쟁력은 기대할 수 없게 됩니다.

<> 김의원 =멀티미디어시대를 준비하는 정부는 빨리 부처이기주의를 탈피해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규제를 풀어 인간의 자율과 창의를 살려야 하며
앞으로의 총체적인 방향을 제시하면서 일탈행위에 대한 제재를 가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 김박사 =멀티미디어시대를 예측해보면 교육의 형태나 방법이 중요해질
것입니다.

현재 사이버유니버시티, 버츄얼유니버시티(가상대학)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테크니컬 인스티튜트의 분교에서는 LOD(LECTURE ON
DEMAND)를 이미 시작했습니다.

자기가 원하는 수업을 PC를 통해 들을 수 있는 이 강좌는 수도 늘어나고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또다른 것으로 아이들이 가상현실과 참현실간의 구별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것입니다.

사방 4개의 창외에 TV라는 "제5의 창"을 보고 자라는 것을 넘어 컴퓨터를
이용한 "제6의 창"을 통해 사이버스페이스(가상공간)만을 보고 자라난
아이들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은 절실하며 이에 대한 준비도 이젠 진지하게
고려해 봐야 합니다.

멀티미디어시대에는 사회윤리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 있어야만
사이버스페이스를 보고 자라난 세대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 김의원 =멀티미디어가 산업을 주도하고 사회를 주도할 것이 상식인
지금 멀티미디어에 대한 중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합니다.

정부내에도 멀티미디어에 대한 발전추진단같은 조직이 설치돼 종합적이고
강력하게 정보화시대를 준비해야 합니다.

또한 소프트웨어부문이 뒤떨어지고 있는 이유도 법적으로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가 부족한 때문이므로 이에대한 제도 정비가 필요합니다.

제2의 신, 또는 책임감없는 신인 미디어에 대한 윤리가 확립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가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정보의 민주화를 이루어 한 개인이 정보를 독점하는 조지오웰의
빅브라더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 이회장 =21세기 정보화사회 구상에 대해 국회의 여야가 서로 의견을
내 긍정적인 토론을 벌여 다가올 사회에 대한 지침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 송사장 =제도적인 측면에서도 소프트웨어를 제조업으로 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소프트웨어산업이 얼마전까지도 서비스산업으로 분류될 정도로 인식이
부족했습니다.

최근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을 보면 이것은 멀티미디어 시대와는 아주
동떨어져 있습니다.

예로 소리나 문자를 편집하고 편성해주는 것도 지적소유권으로 인정해
줘야 하는데 이런 조그마한 부분에 대한 보호마저도 이루어지지 않으면
멀티미디어 프로그램개발에 아무도 나서지 않으려고 할 것입니다.

멀티미디어에 대한 관련법규를 볼때 방송 언론 통신 유선TV를 관리하는
곳이 각각이므로 이에 대한 통합이 이루어져 종합적으로 관리되어야 합니다.

이 체제로 가면 규제만이 늘어나 멀티미디어로 가는 길에 장애만 될
뿐입니다.

<> 김박사 =앞으로는 과학보다 오히려 정보통신산업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간파한 싱가포르는 정보산업을 국가적 산업으로 추진하고 있어 미래
에는 싱가포르가 미국을 능가할 수도 있습니다.

멀티미디어시대에 대비해 처음에는 정부가 이끌어 나가고 이후에 민간에
넘겨준다는 개념을 가지고 대통령산하에 강력한 추진체를 만들고 국회의
여당과 야당은 정보화사회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논의를 벌여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 이회장 =현재 일어나고 있는 멀티미디어사회에 대한 대비는 국가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것이고 세계화라는 정부의 커다란 과제와도 직결이 되는
것이므로 작게는 부모의 자식에 대한 교육에서부터, 크게는 대통령이
앞장서 강력히 추진해야할 과제입니다.

정보통신과 관련된 산업에 종사하거나 학문에 종사하는 교수들 나아가
국민모두가 이 문제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가지고 대비해야할 것입니다.

< 정리=김도경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