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삼성그룹회장 이인희한솔제지고문 이명희신세계백화점상무등
삼성가 형제들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장기체류중이다.

고 이병철회장의 장손인 이재현제일제당상무도 그곳에 있다.

이들이 미국에서,그것도 LA에 장기체류한다는 건 뭔가 복잡한 사정이 있고
그걸 협의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점에서 재계가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병철회장 별세후 한번도 가족모임을 갖지 않았던 형제들이 한곳에
모였다는 것 자체가 "뉴스"일수 있다.

더구나 지난해 연말부터 삼성가가 계열분리를 놓고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는 터라 그런 소문을 피해 해외라는 장소를
택해 "최후의 대협상(Great Deal)"을 벌이는게 아니냐는게 재계의 시각이다.

협상이 있다면 그건 삼성생명 주식문제일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삼성생명의 지분은 신세계백화점이 15.5%(2백71만주),제일제당이 11.5%
(2백15만주)를 갖고 있다.

막대한 자산가치를 지닌 삼성생명은 비상장사이다.

주식시장을 통한 지분정리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또 사업의 특성상 주가를 결정하기도 힘들다.

게다가 삼성측에선 가능한한 낮게 사고,신세계와 제일제당은 가능한한 높게
팔려고 하고 있다.

그 갭도 워낙 차이가 나있기 때문이다.

"삼성쪽에선 주당 8만원선으로 생각하고 있다.주식매각대금을 마지막
종자돈으로 생각하고 있는 신세계 제당쪽에선 그 10배인 80만원을 받아야
되겠다는 것 같다"

삼성의 한계열사 관리담당중역은 이렇게 귀띔하면서 그룹내 삼성화재의
주가가 현재 주당 20만원대를 넘고 있어 그보다 훨씬 높은 선에서 협상이
이루어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삼성과 제당간 마찰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10월26일부터라는 것이 정설.

당시 직전까지 삼성비서실 차장 출신으로 삼성화재에 있던 이학수부사장이
느닷없이 제당 대표이사로 발령이 난 것.

그러나 이같은 사실은 손경식 당시 대표이사부회장이나 이재현상무에게
사전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

이부사장은 취임사에서 특히 이런 내용의 말을 했다고 한다.

"그룹분리라는 말을 쓰지말라. 삼성과 같이 간다. 아산만공단으로 공장을
모두 옮겨 복합화하고 나머지 공장도 복합화에 활용한다."

그는 또 이사회를 갖는 회의실에 나란히 놓여있던 손회장(대표이사자리)과
김정순상담역의 의자를 빼버리고 이상무 자리를 "오너"가 아닌 일반 상무급
서열순서에 맞게 배치했다고 한다.

제당측의 한 임원은 이같은 이부사장의 발언과 행동에 대해 "삼성측이
제당을 계열분리하면서 전국 주요도시의 요지에 있는 11개의 공장터를 삼성이
넘겨받기 위한 의도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도"한 방향은 일단 불발로 끝났다.

이대표는 불과 한달남짓 대표이사직을 수행하고 물러났다.

지난해12월3일 삼성화재대표부사장으로 삼성에 다시 복귀했다.

손부회장 이상무쪽 임원들이 "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이부사장의 대표권"에
반기를 들기 시작했고 그룹측이 서둘러 그를 불러들였다는게 제당측의
설명이다.

일례로 이부사장이 임원회의를 소집했던 어느날 같은 시각에 이상무도
별도의 장소에서 회의를 소집했다.

이때 이부사장 회의에 참석한 8명.이들은 이부사장과 함께 제당을 떠나
삼성화재 삼성물산등으로 떠났다.

한솔제지와는 법적인 분리까지 마쳤으나 감정의 앙금이 남아있다.

이인희고문이 호텔신라의 증자과정에서 실권처리당하면서 최대주주에서
밀려나 가장 아끼던 호텔을 끝내 넘겨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명희신세계상무가 중재역할을 맡고 있다.

이회장과도 가끔 이야기를 나누는 그는 이고문과도 클럽700에서 자주 골프를
치고 해외여행도 같이 다닌다.

이재현상무가 할머니(고 이병철회장 부인)를 모시고 있는 장충동 고옥에도
자주 들른다.

삼성가 분가의 열쇠는 어떻게 보면 이명희상무가 쥐고 있는듯 하다.

<김정호.현승윤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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