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정부는 금년도 경제운용계획의 초점을 물가안정에 두겠다고
천명했다.

이때만해도 금년도 경제성장률이 작년보다 낮은 수준에서 7%내외로
무리없이 연착육할 것으로 예상되어 급격한 긴축의 우려는 그다지
크지 않았었다.

그러나 작년 12월이후 제조업가동률이 85.5%로 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실업률도 2%로 최저 수준을 유지하자 관변일각에서는
경기과열을 우려하여 긴축정책의 강도를 높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게
되었다.

이에 정부도 경기과열 여부를 현장점검하기에 이르렀다는 보도가 나오자
실로 시장반응은 민감했다.

금융긴축을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로 시장금리는 연초이래 급등하고
있고 이에따라 증시도 크게 하락하는등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간기업들은 금리의 급등과 금융상황의 불확실성속에서 설비투자계획추진
에 큰 혼란을 겪고 있다.

그러면 현재의 상황이 과연 경기과열 수준인가.

필자의 판단으로는 지금은 결코 공급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총수요
수준을 억제해야할 정도의 과열로 볼 수는 없다.

그 이유로는 먼저 작년이후 본격화된 경기회복은 92~93년의 불황끝에
시작된지 1년밖에 지나지 않은 초기단계에 불과한 것이다.

금년의 경기성장률을 7%로 볼때 92~95년 4년간의 평균성장률은
6.5%가 되는 것이며 이는 적정성장률 7%를 크게 하회하는 수준이다.

더구나 이번 경기상승은 80년 중반이후 미국 EU등 서방선진국의
대일본견제로 엔고가 지속되고 동남아시아의 개발수요가 가세함에
따라 촉발된 것이므로 우리는 이번기회를 선진국 도약의 계기로서
전략적으로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기회란 항상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도 64년 도쿄올림픽이후 57개월간 상승을 지속한 "이자나기"경기를
슬기롭게 활용하여 도약할수 있었던 것이다.

구조조정의 호기 둘째로 이번 경기상승의 내용을 보면 설비투자와
수출이 주도하는 것으로서 특히 그간의 불황기동안 극히 저조했던
설비투자를 보충하는 것으로서 그 내용이 건전하다는 점이다.

즉 92~93년의 설비투자가 극히 부진해 전년비 감소했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의 설비투자확대는 부족했던 공급능력 확충과 산업구조조정을
위한 산업체질강화를 위한 투자로서 오히려 권장되어야 할 현상이다.

현재 우리경제는 선진국의 견제와 후발국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서
투자확대를 통해 우리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첨단.중화학산업으로의
구조조정을 해야할 그 어느때보다 절실한 실정에 있다.

셋째로 금후 경제상황을 전망해보면 내년에는 성장률이 6~7%선에서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 근거로는 최근 경기상승원인들의 효과가 거의 사라지기 때문이다.

즉 국제고금리현상,국제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세계경기상승세가
주춤할 것이고 엔고효과도 일본기업의 극복노력으로 감소할 것이며
국내적으로도 설비투자확대추세가 일단락될 것이기 때문이다.

금리하향유도 필요 따라서 지금은 정부의 정책을 긴축강화의 방향으로
조정할 시점이 아니다.

오히려 구조조정의 장애가 되고 있는 국내고금리가 하향조정될수
있도록 통화정책을 재검토해야 할 때이다.

왜냐하면 근래의 경기순환 국면에 있어서 "수요증대-가동률 압박-물가상승
"이라는 과거 케이지언적인 과정이 재현되고 있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최근 소비자 물가의 안정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국내인플레는 급격한 임금상승에 따른 코스트푸시 인플레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임금을 생산성범위 내"로 유도하는데 인플레정책의
초점을 맞추어야 하며 금리는 오히려 하향 유도함으로써 원가부담완화는
물론 산업구조조정을 촉진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국제금리와의 격차를 축소함으로써 외국자본유입원인을 없애 불필
요한 원화절상으로 인한 국제수지 적자확대를 막아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향후 정부는 통화관리 일변도의 통화정책에서 벗어나
금리안정을 통해 우리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시키고 이때 불가피하게
야기될 경기양극화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지원.육성하는데
보다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최근 자유화가 크게 진전됨에 따라 금융정책에 관한 어떠한
시그널도 시장에 민감한 반향을 불러 일으켜 정책효과를 증폭시키고
있으므로 향후 정부는 정책결정에 보다 신중을 기하여 정책의 일관성유지와
금융환경의 예측성 확보에 노력하여야겠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