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차동 과기처법무담당관>

지난해 단행되었던 정부조직의 혁신은 경제확장경로상의 시장실패
치유명목으로 그동안 부풀려 왔던 정부의 조직과 기능을 감량.재편하여
미래 효율적 국가경영의 시금석을 마련하였다는 차원에서 아무리
깊은 의미를 부여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러한 외관상의 정부조직 개편은 세계화를 향산 하드웨어적인
첫걸음일뿐,건전한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위해서 정부부문에서 해결해야
할 소프트웨어적인 문제는 아직도 너무도 많다.

그 첫째가 명실상부한 행정의 선진화문제다.

조직의 통.폐합에 따라 많은 정부부처의 단위부서가 줄어들고 인원이
감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구식 행정행태를 줄곧 지속시키는
것은 혁신의 효율성을 상쇄시키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만성적 보고.회의지향적 업무추진,시간소모적 대면결재,무분별한
퇴근시간으로 인한 낮은 업무집중도,퇴근시간 임박해서의 업무지시등
지난날의 비정상적 행정행태들은 이번의 외형적 조직혁신과 함께
하루바삐 과감히 떨어버려야 할 과제이다.

둘째,비생산적인 반복업무 또한 과감히 추방함으로써 업무의 질을
높여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단위부처의 연두주요업무,신경과제 세계화과제 국제화과제
국정평구제 정책평가과제 지시사항 공약사항 등등에 대한 계획이나
실적들은 대동소이하고 중북에 또 중복이다.

실무공무원들이 창의성있는 정책개발은 커녕 이런 중복.낭비성 업무에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면 큰 문제가 아닐수 없다.

국정목표와 방향의 변화에 기인하여 부득이하게 발굴되는 새로운
정책과제들은 기존의 일상적인 업무와는 확연히 분간이 되어야 옳다.

즉 새로운 과제를 선정하기 전에 이미 추진 중인 과제와 중복되는
과제는 반드시 조정과정에서 걸러져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이러한 중복의 개선에는 정치집단은 물론 범부처적 조정을
전담하는 상위기관이 먼저,또 조직내에서는 상급자가 스스로 앞장서
나가야 할 것이다.

세째 정부부처간의 규제의 탈피가 과감히 이루어져야 하겠다.

정부의 생산성 향상을 측면에서 지원할수 있는 요체가 부서간 경쟁과
협력의 조화라고 본다면 정부내의 부처간 간섭을 줄이는 것은 민간에
대한 규제파괴만큼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

특히 단위부처의 독자적 의사결정을 제안하고 지연시키는 구실만
하는 예산.인사.조달상의 각종 제도화.관행화된 규제는 부처이기주의와
관료직 병폐만 팽배시킬뿐 세계화조류에 역행하고 정부전체의 경쟁력을
저하시키기 때문에 시급히 폐기되어야 마땅하다는 지적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끝으로 행정인의 세계화는 정부부문 세계화의 알파요 오메가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공무원들이 창의성과 전문성을 함양할수 있도록 국내외 대학이나
민간단체의 세미나등 참석,해외전문서적의 구입확대등 직장별.분야별
도서실 실내화,소그룹 연구모임 활성화,민간전문가와의 교류증대
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방안이 적극 강구.실현됨으로써 행정인에게
자부심과 생기와 활력을 고취시켜할 것으로 믿는다.

결론적으로 구식 행정형태의 파괴를 통한 행정소프트웨어의 개혁이
뒤따라야만이 정부조직 혁신으로 치르고 있는 현세대의 비용이 차세대의
이익으로 귀결될수 있다는 점을 우리 모두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실패"를 미연에 막기 위해서 이제 진정한 신식행정을 펼
때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