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을 만나면 다른 아시아인과는 달리 친숙한 감정을 갖게됩니다.
정확하게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조상대대로 교류가 있어왔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지난 2월 7일로 개설 4주년을 맞은 주한몽골대사관의 페렌레인 우루쥔루
훈데브초대몽골대사는 양국간의 관계를 단순히 정치 외교적인 측면에서만
봐서는 안된다는 점을 이렇게 표현하면서 한국인들은 몽골사람들을 만나면
무엇인가 도움이 될만할 일을 해주고 싶어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덧붙인다.

대사관이 개설되기 1년앞서 공식외교관계를 맺은 양국은 그동안 비교적
짧은 기간에 괄목한 발전을 이루었다고 평가하는 페렌레인 대사는 오는
3월경 조촐한 규모로 기념행사를 가질 예정이라고 말한다.

-지난 4년동안 한국에서 지내셨던 느낌을 듣고 싶습니다.

"처음 올 때는 한국에 자본주의 및 민주주의가 정착됐다고 생각했었지만
사실은 여러 제약이 있었습니다.그러나 문민정부 출범 이후 현재까지 구조와
제도적인 측면에서 큰 변화가 있었고 국민의식도 변화했다고 봅니다"

-주한몽골대사로서 부임하시며 세웠던 목표는 어떤 것이었습니까.또 어느
정도 달성됐다고 보십니까.

"목표의 반이상을 달성했다고 자부합니다.우선 양국관계의 기초가 되는
법적기반을 다졌습니다.이제 법적제도가 잘 갖춰져 양국교류에 장애가
없습니다.또 사람들이 왕래하다 보니 공감대가 넓어졌습니다.

양국민은 많은 공통점을 지녔습니다.그러다보니 처음 만나는데도 오랜
친구같은 느낌을 갖게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아마 혈통이 같고 조상대대로 교류를 해왔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양국관계를 실질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입니다.과학 기술 문화 등 다방면
에서 보다 깊이있는 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양국간 교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몽골은 한국으로부터 전자제품 의류 신발 자동차 농기계 등을 수입하려
합니다.몽골은 원자재가 풍부해 한국에서 많이 수입했으면 합니다.

-문화적으로 한국은 몽골과 많은 유사성을 지니고 있지 않습니까.

"양국은 천년의 문화교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기록에 의하면 서기
995년 고려청년 10명이 거진족(몽고족의 옛이름) 언어를 배우러 갔다고
합니다.이를 기념하기위한 행사도 계획중입니다"

-특히 제주도와 몽골간에는 공통점이 많다고 하던데요.

"언어나 생활양식에서 비슷한 점이 엄청나게 많습니다.문을 열어두는
풍습을 비롯,가재도구등 비슷합니다."인두"라는 말은 우리말과 같기까지
합니다.부싯돌,담뱃대도 같고.조랑말도 비슷해요"

-몽골어와 한국어는 매우 비슷하다고 들었습니다."사돈"이 몽골말이라지요.

"맞습니다.몽골말로 "사돈"은 친척을 의미합니다."전골","설렁(탕)"등도
몽골에서 쓰이는데 "설렁"은 몽고어로 국물을 의미합니다.

또 "아버지"를 "아브"라고 하고 "엄마"를 "어마"라고 하며 "알록달록"을
표현할때 "알락달락"이라고 합니다.

제주도 방언에서는 "앞뒤"를 "아라동 어러동"이라고 하는데 몽골말과
같습니다.

또 몽고에서는 "조롱말"을 "초롱말"이라고 하는데 이는 네발을 동시에
움직이는 말을 의미합니다.

제주도에서는 "말(마)"을 "모리"라 하는데 이것도 같습니다"

-북한에서 오랫동안 계셨던 것으로 아는데 남북관계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지요.

"북한은 결국 개방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문제가 되는 것은
그 범위와 속도 뿐입니다.남북이 서로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물러설 것은
물러서서 교류하고 협력할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합니다"

< 염정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