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록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 교육의 세계화 (하) ]]]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생활은 지옥에 다름아니다.

이것은 미국 TV프로 "믿거나 말거나"에 방영된 우리교육의 참모습이다.

더욱이 입시제도는 하나의 노름판에 불과하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베팅을 잘 해야한다.

노름은 불법이지만 전국민이 참여하는 입시제도라는 노름판은 불법이
아니다.

오히려 십수년간 노름의 종류도 "고스톱"처럼 다양한 기법이 개발되고
시도되었다.

부도덕한 사회의 모습을 이때부터 생생히 가르치니 효과적인 입시제도이자
그 자체가 훌륭한 교육의 장일수도 있다.

이런 경쟁을 거쳐 대학에 들어가면 공부는 뒷전이다.

공부할 필요성을 못느끼기 때문이다.

원래 노름판에서 얻는 것은 귀함을 느끼지 못하는 법이다.

이런 상태로는 설사 석사 박사과정을 가더라도 석사 박사만 양산한다.

점차 둔해지고 아는 것이 얕아지기 때문이다.

흔히들 우리의 교육문제를 얘기할때 교육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곤 한다.

하지만 제도자체보다는 그 운영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우리교육의 난맥상은 결국 수단보다 목적을 중시하며 부에 가치기준을
두는 이기심과 경쟁심이 초래한 것이다.

학교에서 돈봉투가 아직 사라지지 않는 것도, 과외란 것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상급반에서 배워야할 것을 미리 배우려는
그릇된 경쟁심에 불과한 것도, 이런 낭비적 경쟁 소모적 경쟁을 부채질하는
드센 치맛바람도, 사회란 "함께 더불어사는"곳이 아니라 무엇인가 쟁취한
싸움터에 불과하다는 삭막한 인식의 팽배도 모두 경제력 위주의 왜곡된
가치기준에 정신나간 기성세대의 도덕불감증에서 온 것이다.

교육제도의 세계화에 있어서 시급히 해결해야할 것은 대학에서는 사회에
필요한 것을 열심히 공부하게하고 고교교육까지는 건강한 신체와 건전한
심성의 배양에 중점을 두는 개혁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나만 잘되고 보자는 이기심, 학력위주의 사회의식,
여기서 파생된 능력과 적성을 무시한 맹목적 교육열과 같은 국민의식구조의
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

요즘 많은 사람들은 자식들을 착하고 성실하며 정직한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기 겁난다고 한다.

각박한 사회에서 낙오자로 만들까 두렵기 때문이다.

비겁하고 야비하며 약삭빠른 "훌륭한 전사"로 키워야 이 사회에서 생존할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세계화의 물결속에 맞이하는 무한경쟁의 시대,세계중심국가로서 건전한
사회건설을 위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인재는 "정글의 법칙"에 익숙한 훌륭한
전사가 제격일까, 아니면 일정한 규칙이 적용되는 운동경기에서의 훌륭한
선수와 같은 존재가 제격일까.

대답은 명확하다.

우리교육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은 분명하되 건전한 국민의식의 변화없이는
어떤 교육개혁도 무의미하다는데 세계화의 어려움이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