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재산권문제를 둘러싸고 중국과 마찰을 빚어온 미국이 중국에
무역전쟁을 선언했다.

중국도 맞보복조치를 발표함으로써 양국은 금세기 최대규모의 무역
전쟁문턱에 와 있다.

그렇지만 양국의 이번 무역전쟁선언이 실질적인 전면전으로까지
치달을지는 아직은 미지수이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무역보복을 발표하면서 20일간의 협상기간을
남겨놓은데다 중국도 워싱턴협상에 응하라는 미국측 제의를 선뜻
받아들인 것만 봐도 파국을 원치 않는 양측의 의도를 읽을수 있다.

세계 외환시장에서 달러값이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고 있고 중국정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홍콩 대만의 증시가 미.중간 무역분쟁에도 흔들림이
없다는 사실은 두나라의 무역마찰이 결국에는 평화적으로 타결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뒷받침한다.

작년 1월에도 양측은 섬유수출 쿼터문제를 놓고 무역협상이 파국일보
직전까지 간뒤에 가까스로 분규를 타결지은 일이 있다.

이처럼 중국은 대외협상에서 이른바 벼랑끝 작전으로 버티다 얼마간의
양보를 하는 방식으로 타협하는 협상기술에 능한만큼 이번에도 막판까지
가는 줄다리기 끝에 분규를 타결지을것으로 기대된다.

협상이 결렬돼 전면전으로 번지게 되면 두나라 모두 큰 피해를
입으리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양측은 서로 체면이 깎이지
않는 범위안에서 해결책을 모색해 나갈 것이다.

미국이 중국과 경제분야에서 막대한 피해를 각오하면서까지 무역전면전을
선언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GATT(관세무역일반협정)체제에서 WTO(세계무역기구)체제로
바뀐 세계경제질서를 정착시키는데 미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도를 내외에 과시하려고 한 것같다.

지적재산권보호에 미흡한 중국정부를 WTO 출범초기에 시범케이스로
본때를 보임으로써 미국이 여전히 리더십을 유지하고 있는 WTO체제를
조기정착시키겠다는 뜻이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GATT체제아래서 세계경제체제를 자기네식으로 요리하려고 시도
했으나 실효를 거두지는 못했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에 대한 경제제재의 실패이다.

미국은 WTO체제에 새로 편입된 지적재산권문제를 들고 나와 경제대국으로
일어서고 있는 중국에 대해 일격을 가한 셈이다.

미국의 이번 조치로 WTO체제의 앞날이 대화와 타협중심의 무역질서가
아닌 응징과 보복중심의 대결구도로 치달을까 우려된다.

더구나 미국은 자국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상품으로 특허권 저작권같은
고부가가치의 지적재산권을 꼽고 있는 만큼 이분야에서 앞으로 미국과
다른 나라와의 무역갈등이 한층 높아질게 분명하다.

미국은 지적재산권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강력히 보호하기 위해 중국에
대한 무역전쟁선언을 통해 다른나라 겁주기 시위도 의도했다고 봐야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이 중국의 지적재산권시장에 압력을 강화하게
되면 우리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닥칠게 분명하다.

미국은 우리에게 앞으로 더욱 강력한 지적재산권보호장치를 요구할
것으로 보여 미.중간 이번 무역마찰파장이 장차 우리에게도 밀려들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아무튼 미국은 일단 중국에 대해 칼을 빼든 셈이다.

미국으로서는 중국이 비록 세계 무역대국 경제대국으로 급격히 부상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전체 경제규모가 1조달러에도 못미치는 나라인만큼
말일 이번 무역전쟁 선언이 전면전으로 치닫더라도 이번 기회에
중국을 길들이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말하자면 이번 조치의 또다른 배경에는 해군력 공군력증강등 지역패권주의를
추구하는 중국 정부지도자들의 기를 꺾어 놓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이다.

중국과 미국간에는 그동안 경제적 갈등외에도 파키스탄에 대한 미사일
판매,중국내 인권문제,중국의 WTO가입,올림픽개최지문제 등으로 껄끄러운
관계를 지속해 온 게사실이다.

더구나 요즘은 중국 최고실력자인 등소평의 생사문제가 중국최대의
현안인만큼 미국은 이번 무역전쟁선언으로 중국 정부지도자들의
대처능력을 시험해보고 싶다는 유혹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정부가 미국의 무역전쟁발표에 즉각 맞대응,역보복조치를 선언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말하자면 미.중의 상호 무역보복조치발표는 단순한 통상문제차원을
넘어섰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중국은 아직도 표면상으로는 사회주의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이 아무리 급격히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했다 해도 여전히 미국과
중국사이에는 경제체제상의 차이가 현격하다.

말하자면 양국의 경제적 계산방식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경제적 이해타산으로만 따진다면 이번 양국의 무역전쟁선언이 금방
결말나겠지만 중국 사회주의 지도자들의 계산방식은 미국식 자본주의
계산방식과 상이한 데가 있다.

중국은 이번 사태로 인한 물질적 경제적 손해외에 국가적 자존심이라는
정신적 요소도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중국이 "우리는 일본과 다르다"라든가,"중국의 주권과 국가권위를
위해"미국에 맞보복조치를 취하겠다는 의미도 여기에서 유래한다.

이점 때문에 우니는 미.중관계가 이번 사태로 악화돼 무역차원을
넘어 정치 외교차원으로까지 비화되지나 않을까 경계한다.

이는 중국과 미국 두나라가 정치 경제적으로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강대국이기 때문이다.

양국이 이번 무역분쟁을 서로 상처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협상을
통해 평화롭게 풀어지길 바라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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