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진 < 리 엔지니어링 대표 >

우리나라에서의 리엔지니어링 붐은 신문지상을 보면 본가 미국을 웃도는것
같다.

원조 미국에서의 리엔지니어링 근황은 미국의 경영전문지를 보면 그리
순조롭지만은 아닌것 같다.

M 하머의 말을 빌려도 리엔지니어링의 성공예는 20~30%에 불과하고 70~80%
가 실패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기업들은 근 10년간 각계는 리스트럭처링 또는 리엔지니어링이든간
에 가격과 품질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유선화"라는 합리화가 시도되었다.

그러나 다액의 금액을 투입하고 대량의 인원 정리와 많은 사업정리를 했음
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기대에 상응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럴수밖에 없었다고 하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열거해 본다.

(1)리엔지니어링의 대전제였던 프로세스도 그 핵이라할수 있는 중핵 과정엔
손도 못대고 조직력이 약한 곳에서의 전진적인 개혁에 시종 매달린 꼴이
되었다.

따라서 여전히 각 단위조직간의 벽에 통풍구를 만들기는 커녕 오히려
병근만을 걸쳐놓은 꼴이 되었다.

결과 부서간의 이권과 사내 권력, 정치문제에의 면력만을 키우는 결과가
되어 리엔지니어링이 약속한 제조 코스트의 10~30% 삭감등은 불가능해졌다.

(2)top dow방식으로 시작된 개혁도 동기부여가 잘 다져지지 않은 중간층의
간부때문에 bottom up적으로 개혁이념이 잘 전개되지 않았다.

이어 전문가들은 이두가지 점을 개선하는 방안으로 다음 4가지의 단계적인
접근을 제안하고 있다.

즉 대상으로 하는 개혁기회에 대한 적절한 평가와 진단을 하고 개혁대상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리엔지니어링이후의 조감도와 업적개선에 대한
예측을 가능케해야 하고 마스터플랜에 의한 이쪽에서 바라는 일을 상대쪽
으로 어떻게 옮길 것인가 하는 "이행전략"의 책정에 대한 시간과 비용에
대한 설명이 가능해야 하고 프로세스를 바꾸고 일의 내용을 바꾸어 정보
시스템을 재설계하여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게 하는 것 등이다.

(3)세번째 포인트는 시간과 같은 중요한 인자에 대한 불충분한 검토때문에
리엔지니어링사상이 기능되지 않는 점이다.

너무 성급해도 안되지만 반대로 너무 더디어도 안된다.

비교적 단순한 것은 반년에, 복잡한 프로세스는 2년이상의 기간이 필요
하다.

리엔지니어링에 비용은 대상으로 하는 개혁 사업부 매상의 1~2%가 타당
하다는 것이다.

(4)끝으로 강조하는 것은 단 한번의 노력으로 끝내지말고 장기적인 메리트
를 끄집어 내도록 노력을 하라는 것이다.

요는 미지근하고 불철저한 개혁은 효과적이 아님을 강조하는 것이라
하겠다.

최근 일본 한신대지진이 경기 상승기에 접어든 일본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저해요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가하면 여전히 일본의 화폐 엔에
대한 평가는 높다.

플라자합의 당시 달러당 2백60엔이 10년이 지난 현재 90엔대로 근 2백%나
엔값이 인상되었다(우리의 화폐로 환산해 보면 현재 달러당 8백원이 2005년
까지 2백70원으로 절상되는 상황).

일본 제조업의 생존환경도 실은 한신대지진 못지않은 시련을 받고 있다.

한층 엄해진 개혁에의 새로운 조류가 가시화되고 있다.

그 첫째는 "on set 주의경영"에서의 이탈을 들수 있다.

예를들면 종전 부품의 공통화, 설계의 공존화는 모두 자사, 자사계열,
자작에 의해 충당하는 것을 전제로 한 on set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이 방식도 막다른 길에 빠졌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그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partial cooperation"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창안해냈다.

즉 비즈니스 찬스를 남달리 빨리 잡으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일사에서
모든 것을 하는 종전의 방법보다 관련된 많은 기업들이, 말하자면 프로젝트
베이스로 각사가 갖는 최대 최고 최강의 전문력(experties)을 서로 가지고
모여(이를 일기일회주의) 기회를 잡고난후 해산해 버리는 새로운 R&D방식
이다.

예를들면 일본 국내의 경자동차 메이커3사가 모여 취한 신차 공동개발계획
이다.

3사공동부담은 개발코스트를 3분의1로 경비절감시키는 메리트도 크지만
기업의 군살빼기에 더 큰 공헌을 하고 있는 점이다.

경기예측이 어려워진 오늘날 적응력을 증폭시킨 새로운 생존책인 것이다.

또 필자가 관계하는 FANUC사도 작년부터 연초1월 중순에 세계각처에 산재
되어 있는 계열사의 R&D요원 1백여명이 본사에 모여 그해 개발방향과 역할
분담을 정하는 R&D기획도 그 좋은 예라고 할수 있다.

세계 최고의 품질과 제품, 써비스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선 세계 각처에
산재되어 있는 사업부의 사정(문화환경)을 GlobalBase로 최저 코스트로
조달된 자원(인재포함)으로 최적조합을 짜낸다.

이러면서 끊임없는 고객지향의 경영이념을 다지고 R&D의 지향성을 추구
한다.

또 그 실현화에 있어 최고의 Performance를 이문화팀의 노력으로 생산해
내는 조직을 만들고 지원하는데 어떻게 서로의 역할분담을 감당할 것인가를
다짐하는 모임인 것이다.

세계화를 지향하는 기업의 경영전략의 새 조류라고 할수 있다.

전략적인 제휴와 전략적인 대응성을 중시하는 경향은 바로 Partial
cooperation에의 전초전이라고 할수 있다.

이상에서 종전 의식적으로 모든 산업의 기술부문을 Full set로 일본국내의
장비와 인재에 의존해왔던 시대에서 중국 아시아에 일본식 생산시스템을
변형시켜 장비와 인재를 아시아 전역에 뻗치려는 구상과 한편으로는 의식적
으로 일정한 산업기술의 중핵부문만을 보지하자는 "manufacturing minimum"
시대에의 구상이 굳어지고 있음을 이들 행동에서 읽을수 있다.

지구촌 경제의 조감도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생산이라는 개념이 대량생산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현상이다.

대량생산 문화는 물론 미국이 원조라 할수 있으나 미국 일본 모두 대량
생산주의의 내용이 달라지고 있다.

종전 두 세개의 품목을 하나의 전용설비에서 양산해내는 방법에서 다품종의
품목을 같은 전용설비에서 양산해내는 새로운 생산기술의 대두를 들수 있다.

예컨대 종전 6백여종의 모터류를 2만3천개를 생산해내던 전용설비에서
지금은 1천6백여종의 모터류를 월 2만5천개씩 생산해내는 FANUC사의 새로운
생산기술은 그 좋은 예라 할수 있다.

"좋은 것을 싸게 많이" 만드는 시대에서 "새로운 것을 빨리 많이" 만들어
내는 쪽으로 경쟁력의 축이 이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어 셋째로 특기할수 있는 것은 생산입국이라는 종전의 발상에서 기술
입국으로의 전환이다.

기술이 부가치를 생산해내는 챔피언이라기 보다 새로운 가치관을 생산해
내는 쪽에 기대치를 모으고 있는 것을 엿볼수 있다.

예를들면 1980년 당시 타임지와 뉴욕타임지상에 소개된 세계 최초의
"로봇이 로봇을 만드는" FANUC사의 로봇공장도 당시 "로봇이 부품을 만드는
공장"이 잘못 보도된 것이었다.

잘못 보도된 내용이 되레 15년만에 "로봇이 로봇을 만드는 공장"을 탄생
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FANUC사의 도엽사장은 말한다.

말하자면 잘못 보도된 내용을 바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15년에 걸쳐
조립형 지능 로봇을 개발하여야겠다는 동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야 명실공히 부끄럽지 않은 진정한 "로봇이 로봇을 만드는 공장"을
만들어 내었다는 것이다.

외눈과 왼팔 오른팔을 가진 두 지능 로봇은 가공된 부품으로 각기 분담된
것을 조립한다.(sub-assembly)

주어진 부분조립이 완료되면 잽싸게 좌 우 양쪽에서 두 조립형 지능
로봇은 중심쪽으로 부분조립한 부품을 가지고와 로봇을 조립해 낸다.

작업형 스카라 로봇을 두 지능 로봇이 협조하며 조립해내는 광경인 것이다.

각기 왼팔과 오른팔을 가진 두 외눈 지능 로봇도 이 순간만은 두눈과 두팔
을 가진 의인화된 하나의 지능 로봇이 된다.

작업을 하는 모습은 개체와 전체의 조화의 극치를 재연해 보이는 곡예사
와도 같다.

두 지능 로봇의 공동작업에서 조립과 같은 전체(시스템)작업은 정상적인
인간만이 할수 있다는 일과 인간의 노동관에 대한 본질을 기술은 가르쳐
준다.

그러나 이와같은 일을 연출해낼수 있었던 이면엔 앞서 기술한 바와같이
기술경쟁에서 생존하기보다 이제는 기술을 보여 주어야겠다는 가치관
전환에의 "철학"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려면 이제는 "보여 주어야 하는"시대
라는 것이 기술에 대한 새 인식인 것이다.

만들기에 앞서 철학이 더 중요해진 21세기의 기술세계인것 같다.

즉 독창기술의 육성, 기술개발과 상품개발에의 독자성(FANUC사는 창안자가
상품개발과 제조기술의 창안까지 일괄 책임진다), 환경 안전에의 배려등
21세기 사조를 지탱시키는데엔 그 에너지원으로서 새 철학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품질좋은 것을 값싸게 만들어 파는" 세계경쟁에서 일본은 유일한
승자였다.

생산기술 대국으로서의 세계적인 인지를 받은 일본은 기술대국으로 존경
받는 것이 그들의 21세기 새 비전이다.

부품경쟁에서 혼자 이기는 논리에서 탈피하여 공존공영의 철학이 필요
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열쇠의 하나가 기술력을 토대로한 국제공헌과 국제적인 공생에의
길이라는 것이다.

엔고를 회피하기 위한 편법적인 생산 설비 해외 이전이 아닌 첨단기술과
장인기술을 일체화한 복합기술에의 인식과 추구가 일본 제조업의 21세기
새 비전이라는 것이다.

첨단기술만으로는 구미가 강함은 주지하는 사실이다.

장인기술을 두고 말하면 한국 중국 프랑스 독일에 일본은 당해낼 길이
없다고 그들은 자인한다.

그러나 양자를 겸비해내는 기술에선 일본밖에 없다고 그들은 자부심을
갖는다.

이 자부심은 그들 진로를 지탱시키는 새 철학으로 이어진다.

"기계가 할수 있는 일은 기계에, 인간만이 할수 있는 일은 인간이"라는
인간과 기계의 공존과 그 역할분담을 명확히 한 제조기술에 관한 철학을
창업이래 25여년간 관철해온 FANUC사의 끊임없는 혁신에의 노력은 세계화를
지향하는 우리에게는 좋은 교훈일 것이다.

그래서 자문해 보는 것이다.

과연 우리에게 장인기술이 있는가, 그럼 우리의 제조기술에 대한 철학은
무엇인가.

세계화에 앞서 우리가 풀어야할 과제일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