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건선씨(56)가 3권의 시집을 동시에 내놓았다.

7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이씨가 첫시집 "별하나 닦아놓고"(87년 동천사
간)이후 8년동안 쓴 작품들을 모아 "은비늘 금비늘 파닥이는 그리움으로"
"파도와 파도갈피 불꽃을 숨겨놓고" "팽이"를 한꺼번에 펴낸 것.(첼리노간)

"기에 관심을 가지면서 고구려벽화를 다시 보게 됐습니다. 시공을 넘나
드는 영혼의 교감에 매료됐고,그것이 생명의식으로 연결돼 "팽이"연작을
쓰게 됐습니다"

그가 가장 최근 발표한 "팽이"연작은 원심력과 구심력을 형상화시킨
에로티시즘의 세계와 맞닿아 있다.

남성을 상징하는 팽이를 통해 음과 양,새디즘과 매저키즘, 근원적 생명성
으로 이미지를 넓혀간다.

시집"팽이"는 "지랄같은 뿌리 일어서서 / 혼절하는 곳 찾아 / 죽고 싶은
곳"(팽이 32) "오늘도 팽이는 뿌리심기 훈련 / 발기하라 발기하라 /
잔혹한 채찍의 핏줄이 튄다"(팽이 40)등 육체와 정신을 기로 묶어 분출
시킨 시들로 이뤄졌다.

"시는 오르가즘"이라고 말하는 그는 팽이뿐만 아니라 돌(수석)을
원형질로 삼기도 한다.

"돌출된 것과 둥근 것의 본질을 비교해보고 싶었습니다. 전통과 현대,
소멸과 생성의 문제를 돌에 대입시켰죠. 회화가 갖는 색채의 깊이를 시로
나타내고자 했습니다"

자신을 숨기는 재미와 찾아내는 재미 사이의 긴장감 높은 시를 쓰고
싶다는 이씨는 강원도 횡성출신으로 건국대국문과를 졸업한뒤 마흔이
다된 나이에 등단, 첫시집까지는 주로 선시풍의 연가를 썼다.

< 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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