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3일자 3면 경제논단을 읽고 사고의 경직성에 당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미 1990년2월2일 모신문 여론광장에서 본인은 "설날은 달(월)을 기준으로
하는 정월 초하루를 의미하며 민족의 가장 큰 명절이고 늦게라도 이날을
다시 찾게된 것을 경축하자"고 제의한 바 있다.

과거 우리 민족이 농경사회를 구성하고 수천년 살아오면서 형성된 음력
절기나 명절은 우리의 얼이고 자랑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는 산업사회이고 세계화를 지향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양력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한 민족의 문화와 풍습은 형성되는 것이지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설명이나 비판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과거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수구세력으로 간주하고 개혁은
과감히 과거에 만들어진 것을 버려야 하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가치관에서의 개혁은 많은 혼란과 시행착오를 초래한다.

사람이 바뀌면 전임자가 수행하던 모든 것을 비판하고 새롭게 다시 시작
해야 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처럼 비효율적인 것은 없다.

개혁은 과거에 잘된 것을 지키고 잘못된 것을 미래지향적으로 고쳐나가는
연속적인 과정에서 모든 구성원이 참여해야 성공할 수 있다.

설날(음력 초하루)을 공휴일로 정한 것을 "1세기를 역류시킨 것"으로
매도하고 또한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발상이야 말로 시대착오적이라고
할 수 있다.

민심은 천심이며 한 나라의 문화와 풍습은 천심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오랜 시간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다.

혹자는 2중 과세에 대한 비경제성을 비판하는데 이는 설날이 아닌 양력
초하루를 설날이라고 강요한 잘못된 관행에서 빚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새해를 설계하고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는 양력 초하루부터 오랜기간을
공휴일로 정하고 민족 정서에 맞지 않는 명절을 강요하는 것보다 얼마 남지
않은 우리의 민속을 유지 발전시켜서 국력을 미집시킬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하는 것이 경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설날은 초하루라는 개념보다 조상을 모시고 친지가 모여서 그간의 회포를
푸는 민족 문화로 승화시켜야 할 것이다.

박성학 < 서울 강동구 둔촌동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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