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리 산길을 걸어 학교에 다니는 것이 예사였던 국민학교 시절.

배고팠지만 모두가 그러했기에 오히려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그 소중한 기억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 경북 예천군에 있는 은풍국민
학교를 졸업한 친구들이 모여 지난 80년 11월에 "풍오회"라는 모임을
만들고 코흘리개 때의 우정을 여태껏 간직하고 있다.

정확한 수령을 그당시 어른들도 잘 몰라 대충 8백년 이상된 나무로만
알고 있던 거목에 관한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

군데 군데 뚫려 있는 구멍속에서 가끔 구렁이며 박쥐가 나오곤해
우리를 놀라게 만든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또 어느 추운 겨울날,이유는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그 개울의 꽁꽁 언
얼음을 깨고 물에 들어가 단체기합을 받았던 일.

그때는 무척 춥고 고통스러웠지만 그 경험이 역경을 극복하고 모두가
오늘날까지 순탄하게 삶을 꾸려올 수 있었던 바탕을 마련해 주었던 것같다.

그리고 복숭아 참외서리는 물론 "감자꾸지"라 하여 불로 달군 돌무덤
속에 감자를 넣고 그 위에 흙을 덮어 감자를 쪄서 배를 채웠던 추억은
우리들의 단골 화제다.

지금으로 얘기하면 일종의 훈제였던 셈이다.

타지도 않고 노릇노릇 익은 감자를 껍질째 앙둥 깨물어 먹는 그 맛은
지금 생각해도 별미이다.

우리 "풍오회"는 모임 결성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던 박영만씨(한국
자동차보험 은풍대리점대표)가 회장으로 수고하고 있고 이성흠씨(청학
부동산 대표)가 총무로 뒤를 든든히 받치고 있다.

박우서씨(진원산업 대표) 조 호씨(광일당 대표)는 옛날부터 친구들
사이에 신망을 얻어 우리 모임을 위해 결성때부터 지금까지 열심히
봉사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고향에서는 이종대씨가 회장을,그리고 박일환씨가 총무를
맡아 바쁜 중에도 모임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이외의 회원으로는 남병익(청량리우체국장) 박병만(동장) 권영철(거인
상사 대표) 석진옥(철도청) 채광석(서울 농산물검사소) 태재홍(서울도시
가스 관리소 대표) 김무영(자영업) 김종언(운수업) 이규식(빌딩관리업)
남병운(자영업) 도규환(경북상회 대표) 전운성(건축업)씨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