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기 < 고려대 국제대학원장 >

멕시코는 작년 12월 페소화가치가 2주사이에 무려 40%나 폭락하는 통화
위기로 순식간에 외국자금이 80억달러가 빠져 나가는등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멕시코 경제위기의 발생원인은 크게 봐서 다음 4가지로 요약할수가 있다.

첫째 성급한 외환자유화와 자본자유화조치를 들수 있다.

확대되는 경상수지적자와 무역수지적자를 줄이고 국내자금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멕시코정부는 외환및 자본자유화조치를 단행했다.

그 결과 94년 한햇동안 해외자금유입액은 무려 330억달러에 달했다.

이중에서 외국기업의 제조업에 대한 직접투자는 80억달러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증권시장에서의 단기매매차익을 노린 투기성 해외자금이었다.

작년 8월에 실시되었던 대통령선거에 이기기 위해 집권여당은 무리하게
페소화를 실세에 맞도록 환율조정을 한것이 이번 통화위기를 낳게한 직접적
인 원인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둘째 외국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페소화를 지나치게 과대평가한 결과
수입증대와 수출감소가 가속화되어 무역적자폭이 계속 확대된 것도 경제
위기를 초래한 요인이 되었다.

셋째 지나친 외자의존과 외환보유고의 격감을 들수 있다.

이번의 멕시코 경제위기는 80년대의 채무위기와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80년대의 채무위기는 국제원유가격하락으로 인한 것이었다.

산유국인 멕시코는 석유수출에 의한 외화수입이 격감한데다 세계적 고금리
추세로 채무상환부담이 가중되어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이번의 외환위기는 성급한 외환및 자본자유화조치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촉발된 경제위기여서 그 성격이 다르다.

과거와 판이한 또하나의 양상은 80년대 채무위기때엔 국내 자금의 해외
도피가 격증하였지만 이번에는 멕시코에 들어왔던 해외자금의 해외도피가
대부분이었다는 사실이다.

넷째 정치불안증대가 멕시코경제에 대한 외국투자가들의 신뢰감을 크게
떨어뜨렸다는 원인을 들수 있다.

최근의 멕시코 국세조사에 의하면 취업인구의 63%가 하루 15페소(3달러
미만)의 저소득을 올리고 있는 빈민층이다.

고소득층 10%가 멕시코 총GNP의 45%를 차지하고 있고 저소득층 25%가 GNP의
10%만을 점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빈부격차가 사회불안 정치불안 경제불안을 초래하였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상과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멕시코경제위기가 한국경제에 주는 교훈은
크다.

첫째 성급한 외환및 자본자유화조치는 재검토되어야 한다.

작년말까지 국내에 들어온 외국자금은 90억달러로 추정되는데 대부분 증권
시장에 유입된 투기성자금으로 제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금으로 들어온
돈은 극히 적다.

특히 증권시장에서의 외국인투자한도가 12%에서 15%로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외국인의 제조업투자는 계속 줄어들고 비생산적인 증권 금융시장에로의
외국자금유입이 더 늘어나게 될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본수지흑자폭 확대에 따른 원화의 평가절상압력이 가중되어
무역적자폭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많다.

1달러당 790원대인 환율이 금년 말엔 780~770원으로 더 절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경제연구소등에서 계속 나오고 있는데 이렇게되면 무역적자폭은
크게 확대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자본 금융자유화의 속도를 늦추고 제2의 멕시코통화위기가
한국에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모든 예방조치를 빨리 취해야 한다.

최근 국내주식에 투자한 외국인투자가들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증권거래소 발표에 따르면 새해들어 1월1일부터 23일까지 외국인투자가들은
모두 5,516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팔고 3,906억원 상당의 주식을 사들여
1,610억원어치의 증권을 순매도했다.

외국투자가들은 주식매각대금을 즉시 본국으로 송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올들어 18일까지 1억7,000만달러의 증권매각대금이 순유출된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런 자금유출이 일시적 현상인지, 지속적 현상인지는 더 지켜 봐야겠지만
경계해야 할 일이다.

둘째 원화의 과대평가를 지양하되 적정평가를 위한 환율조정은 점진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지난해 무역적자는 60억달러, 올해엔 80억달러로 추산되는데 이런 추세를
방치해두면 100억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수출증대와 같은 실물경제확대와 환율조정과 같은 외환.통화정책의
재조율을 통한 무역적자폭 축소를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당국은 멕시코경제위기와 같은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는
"전국민의 중산층화"를 통해 부의 편재현상을 시정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외환인플레를 막고 금융자산소득종합과세와 토지실명제실시에
따른 국민의 저축심리감퇴와 과소비풍조를 자제시키는 경제정책도 병행해야
한다.

연간 7%내외의 견실한 경제성장이 가능하도록 모든 정책수단을 총동원해야
할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