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레저 금융을 잡아라-."

재계 "다크호스"로 불리는 나산 거평 이랜드 덕산등 신흥그룹들의
요즘 관심은 온통 여기에 쏠려 있다.

의류와 건설등에서 바닥을 다진 이들 그룹이 유망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유통 레저 금융등 서비스 분야로의 영토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21세기 중견그룹으로서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미래 성장분야로
사업다각화를 본격 시작한 셈이다.

다크호스들 중에서 특히 도전적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는 그룹은
나산.이 그룹이 가장 관심을 쏟고 있는 분야는 유통이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영동점을 인수한 나산은 작년10월 나산백화점
수서점을 착공한데 이어 지난10일 광명점 기공식을 가졌다.

다음달중엔 천호점의 착공에 들어가고 이미 부지가 확보된 광주
임동의 1천5백여평에도 백화점을 지을 예정.이로써 금년중 모두
5개의 백화점을 오픈하거나 착공해 유통산업의 발판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한 세부전략으로 나산은 현재 소유권만 갖고 있는 영동점을
직영키로 하고 현재 운영을 맡고 있는 신세계측과 물밑 작업을 거의
완료한 상태다.

작년말 서울시로부터 목동 상업용지 1만5천6백여평을 매입,이곳에
백화점 호텔 쇼핑몰등이 들어가는 50-60층 규모의 복합건물을 짓기로
한 것도 유통사업 확대 전략의 일환이다.

나산은 지난19일 발표한 "21세기 중장기 경영전략"에서도 그룹의
무게중심을 의류등 패션분야에서 유통쪽으로 옮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전략에선 오는2000년까지 5년간 투자계획 총10조5천억원중 대부분을
유통에 쏟아 붓기로 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매출액(3천8백20억원)중 13%정도인 유통부문 매출을
오는 2000년께 35%이상으로 끌어 올린다는 계획. 나산이 또하나
노리고 있는 것은 금융.지난해말 국민은행이 내놓은 부국과 한성상호신용금
고 입찰에 참가했다가 유찰됐으나 재입찰에선 "실수"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돈이 달려 새사업 진출을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안병균회장의
말처럼 나산은 오피스텔 분양을 통한 막대한 자금동원력을 바탕으로
신규 사업확장에 기세등등하게 나서고 있다.

지난해 대한중석과 라이프유통을 전격 인수해 재계의 주목을 받은
거평그룹도 신규사업진출에 관한한 어떤 다크호스에도 뒤지지 않는다.

거평건설 대한중석 라이프유통등 건설.제조.유통의 "3두마차"가
끌고 있는 거평은 요즘 부쩍 레저 쪽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게 특징.
이 그룹은 최근 경기도 장흥에 1만6천여평의 땅을 샀다.

이미 골프장 낚시장 수영장 음식점등 일반 위락시설이 들어 차있는
장흥을 종합 레저타운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다.

이번에 매입한 부지엔 콘도와 스키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거평은 또 현대건설과 함께 짓다 분양실적이 저조해 공사를 중단한
강원도 낙산지역 콘도건설도 다시 시작,장흥의 콘도와 체인화해
분양할 예정이다.

거평그룹 관계자는 "장흥 레저타운 건설을 위해 추가 부지를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라고 말했다.

중저가 의류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던 이랜드그룹은 의류 양판점에
이어 백화점에도 본격 진출하려는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2001아울렛등 양판점 사업을 시작,유통분야에 발을 담근 이랜드는
올해안에 백화점 하나를 문 연다.

이미 안산에 백화점용 빌딩을 사 놓았다.

게다가 금년중 시내 호텔 하나를 인수키로 하고 물밑 네고를 진행중이라는
게 그룹관계자의 귀띔이다.

동남아 지역의 호텔 인수추진과 함께 국내에서도 호텔업을 해보겠다는
얘기다.

이 그룹은 장기적으로 미국의 디즈니랜드 확대판과 같은 거대 테마도시를
조성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꿈처럼 들릴 지도 모를 테마도시 계획을 위해 이랜드는 이미 사업본부를
구성해 부지선정등 사업실행에 착수했다.

2000년께 완성될 이 테마도시는 철저히 이랜드식으로 설계된 가장
계획적인 도시가 될 것이라고 그룹관계자는 설명했다.

작년말 충북투금을 인수해 금융계에 "명함을 내민" 덕산그룹도
영토확장에 의욕적이긴 마찬가지.이 그룹은 오는 2000년까지 총
1조원을 투자해 유통 금융등으로 사업다각화를 적극 추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언론에 까지 손을 뻗쳐 무등일보를 갖고 있는 이 그룹은 타블로이드판
석간 일간지 "오늘"을 내달중 창간할 예정.이밖에 의류로 터를 닦은
신원그룹도 금융업과 유통업 진출을 적극 모색하는등 사업다각화에
열중하고 있다.

대개 의류나 건설에서 출발한 이들 신흥그룹들이 유통 레저 금융에
군침을 흘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현금이 바로 나오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일단 투자만 해 놓으면 자금회수는 누워서 떡먹기다.

제조업처럼 공장을 짓고 막대한 설비투자를 하는등 돈도 많이 들지
않는다.

땅만 있으면 돈이 나오는 장사다.

더구나 이들 그룹은 부동산 매입등에서 정부의 규제 울타리 밖에
있다.

30대 그룹처럼 땅을 살때 자구노력등 여신관리규제를 받지 않는다.

그만큼 유통이나 레저산업을 하기엔 대기업 그룹보다 유리하다면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들 다크호스들의 공격적인 서비스업 진출에 대해 우려의
시각도 없지 않다.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이들이 지금 당장 "돈되는 장사"만 벌려 놓는게
"거품"이 될 소지도 있다는 시각이다.

이들 신흥그룹이 사상누각이 되지 않으려면 그룹의 뿌리가 될 만한
제조업을 키우는데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차병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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