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학계 재계 정계에 이르기까지 화제는 "세계화"이다.

세계화가 과연 무엇이냐 국제화와 어떻게 다르냐 그렇다면 세계화의
전략은 무엇이냐 등등. 사실 세계화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어려운
만큼 구체적 전략은 더욱 모호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한가지 명확한 전략은 인력개발로서 세계적 수준의 인력을
양성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전문가들이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원인에 대한 설명과정에서
빼놓지 않는것은 교육수준이 높은 인력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높은 향학열로 인한 미국수준의 대학진학률,학교당 인구수 면에서
우리는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그러면 과연 실질은 어떠한가.

1인당 교육비(과외비 제외),교수 1인당 학생수,학교당 장서보유수등
흔히 교육수준을 평가하는 계량지표는 우리가 다른 어떤나라의 대학보다도
뒤지고 있다.

최근 서울대학교는 대학교육협의회로 부터 대학종합평가를 받았다.

지금까지 대학의 학과평가는 있었지만 대학전체를 평가받은 것은
우리나라 교육사상 처음일 것이다.

이러한 대학평가는 자체평가보고서를 기초로 여러분야에 걸쳐 평가자와의
토의 방문 관찰등을 거쳐 실시된다.

대학교 자체평가내용을 살펴보면 <>교육영역<>연구영역<>교수영역<>사회봉
사영역<>시설영역<>재정 경영 영역<>대학원 영역으로 구분되어 있다.

이들 분야에 대해 대학교육협의회측에서 작성한 설문과 계량지표에
대한 서울대학교 교수에 의한 자체평가를 하고 이를 근거로 다시
외부평가단이 평가하는 형식을 취했다.

그결과 서울대학교는 모든 분야에서 아주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마도 독자들은 당연한 결과가 아니냐고 반문을 할지 모른다.

자타가 공인하는 서울대학교니까.

국립대학으로서 예산도 풍부하고 시설이나 교수수준 특히 가장 우수한
학생을 교육하고 있으니까라고 말이다.

그러나 지난번 모일간지에서 우리나라 대학순위를 각지표별로 평가한데서
보았듯이 서울대학교의 각종 지표는 우리나라내에서도 우수한 편이
못된다.

비교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견해가 있지만 포항공대나 KAIST에 비해서도
예산,교수1인대 학생비율,설비등이 열악한 상태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외국의 일류대학에 비교해서 예산규모는 형편없는데
반해 학과수나 학생수는 오히려 많기때문에 질적 수준이 어떠리라는
것을 짐작할수 있을 것이다.

한 나라의 교육수준은 엘리트교육을 담당하는 대학교육을 평가하여
결정하게된다.

우리나라의 대학교육은 수월성을 추구하는 특성을 무시한채 하향평준화를
꾀해왔다.

중학교 입시철폐,고교의 평준화,나아가서 대학의 획일화를 추구하여
양적인 보급에는 성공했으나 질적인 수준은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예산이 부족할 경우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집중지원이 바람직한데
서울대학교의 경우는 전체국립대학중 하나로 평가될 뿐으로 특성있는
지원을 받지 못했다.

따라서 예산회계의 독립을 뜻하는 특수법인을 만들자는 의견이 대두될
정도로 예산 운영면에서 평준화의 덕(?)을 톡톡히 받아왔다.

교수 임용은 교육부,경제기획원(통폐합전),총무처등 3부가 관련되어
있고 방대한 수요에 비해 증원은 커녕 정년퇴직인원의 보충에 그칠
정도이다.

한 대학을 국가가 전폭적으로 육성해서 그 수준을 높이게 되면 주변의
다른 대학의 수준도 함께 높아진다.

대학의 기능은 교육 연구 사회봉사 등으로 구분해 볼수 있는데
이들을 골고루 잘 하기란 매우 어렵다고 생각된다.

교육분야만 하더라도 대학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경우와 연구를 중심으로
하고 미래의 교수를 배출하는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 구분해 볼수
있다.

그런데 서울대학교가 대학원 중심대학을 표방하고 나서자 전국대학이
모두 대학원 중심대학을 해야 한다고 나섰다.

현재와 같이 어느 특정대학이 모든 분야에서 우수하다는 것은 미래가
그 대학수준에 달려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교수의 대부분을 미국대학원으로부터의 공급에 의존하고 있고
학생이나 교수의 외국인 비율이 미미한 수준에서 세계화는 현실적인
목표가 아니다.

세계화 추진목표중에 교육혁신도 포함돼있어 다행이지만 문제만
의식하고 해결책이 없는 현재의 행정체제로는 세계화는 역시 신기루일수
밖에 없다.

결국 예산타령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이제 예산배정뿐만 아니라
모든 대학관련정책에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의 예산으로도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따라 그 효율성은 매우
높아질수가 있다.

재경원의 예산배정 교육부,그리고 각 대학 집행부의 행정에 "경영"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어야 한다.

대학경영이 위기라고 한다면 이는 5년내 우리 사회가 위기를 맞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 입학에 만족하는 학부형의 입장으로서가 아니라 대학 문제를
이해하고 우리교육을 개혁하려는 국민들의 의지가 필요한 때이다.

보다 나은 삶과 미래를 위해서.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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