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는 세계인 전체에게 톱뉴스였다.

어떤 지역도 영향을 피할수 없는 방향제시였다.

그러나 40년만에 여소야대가 된 상.하원에서 24일저녁(현지시간)
생중계된 클린턴대통령의 연설은 국내축소 지향으로 국내 정치입지
강화에 구애된 색채가 짙다.

시대변화를 실감케 한다.

클린턴 연설의 특징은 작지만 유능한 정부로서 조직의 계속축소,근로자
최저임금의 인상,불법이민 규제강화와 일자리증대등 주로 중산층의
지지확보를 통한 차기 선거에서의 열세만회에 중점을 담고 있다고
평가된다.

시간당 4.25달러인 최저임금을 75센트 인상하여 1,000만명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약속엔 공화당으로 넘어간 민주당 지지기반을 탈환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따랐다.

그러나 공화당측은 이를 고용증대의 장애라고 역공을 폄으로써 민주당
정권의 어려움을 짐작케 한다.

대외적으로 무역 자유화,러시아 핵무기 폐기,중동평화 정착등이
강조되었고 북한과의 핵협상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그러나 재편되는 세계질서속에 미국이 취할바 확고한 소신표명은
결여된 느낌이다.

특히 이민규제의 거듭된 강조는 이민국가로서 소수민족 존중의 민주당
전통을 보수파 지지획득과 맞바꾸는 리상의 포기의도 마저 깔고
있다.

400억달러의 대멕시코 긴급원조에 상당한 역점이 놓인 점을 고려하면
미국 행정부의 자국이익추구 절박성을 어림케 한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발효된 첫해 멕시코 금융위기의 극복은
바로 국내문제의 연장인 것이다.

클린턴의 95년 연두연설을 듣고서야 미국의 위상변화를 논함은
새삼스럽다.

이미 70년대들어 달러의 금본위 해제,석유파동,일본의 경제대국
부상,유럽의 결속강화로 미국의 상대적 역할축소는 시작됐다.

그것이 냉전종식으로 일충 가속화됐을 뿐이다.

미국의 지도적 기능은 종식되었는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만사에 대한 군림역할은 반시대적이지만 여론을 이끌고 중재하는
역할은 향후에도 필요하다.

특히 소련의 힘이 공백인 동아시아의 앞날에 있어서 미국의 향방은
중요 변수다.

군사력위에 경제력을 덧 싣고 있는 중국,경제력위에 첨단무장 능력을
갖춘 일본의 대치는 시간문제다.

동남아 인도의 존재가 그 추가변수다.

북핵타협을 "우방과 미국의 안전을 위해 계속적인 감시를 전제로
한 현명하고도 확고한 거래였다"고 한 클린턴 연설의 자평은 매우
짧다.

그러나 그 "계속적인 감시"라는 한마디가 결정적 영향을 주는 곳은
한반도의 앞날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6일자).